연예인과 일반인이 고루 섞여있는 프로그램은 양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팬-스타 관계로 묶이게 되면, 서로 뭐라도 해야할 것 같고, 서로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별바라기’가 그런 포맷이었다. 팬은 스타에 대한 토크를 계속해야 하고, 스타도 팬과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팬 자신의 이야기가 있을 수 없다.
‘효리네민박’은 민박객이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말을 섞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에서 추억을 쌓는 등 여행 목표가 뚜렷한 사람을 뽑아 민박시켰다. 스토리가 있는 하민이 삼남매, 탐험가 두 남자, 배낚시를 즐긴 노부부, 왕십리F4, 서울시스터즈 5명 등은 여행목적이 뚜렷하다보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여행장소로 많이 본 제주도지만 찾는 곳이 조금 달랐다.
정효민 PD는 “‘효리네’ 민박객들은 제주 여행이 주목적이고 가지치기로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관계가 생기면, 이걸 편집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렇다 보니 일반인과 주인인 이효리-이상순 부부, 직원 아이유가 밥 먹는 시간이나 잠자기 전 등 일상을 공유하는 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잘 보이게 됐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함께 하는 저녁에도 일반인들의 이야기는 잘 흘러나온다.
‘효리네민박’이 연예인 게스트를 배제한 이유도 그때문이었다. 연예인 게스트가 섞이면 일반인 손님 이야기가 오롯히 나오기 힘들다.
연예인과 민박 투숙객 사이에 강요된 관계는 아무 것도 없다. 캠핑카에서 자던 왕십리F4중 한 명이 급성 위궤양에 걸려 병원에 다녀온 다음날 이효리가 그 남자의 배를 쓸어주며 손님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그런 예고되지 않은 관계 정도다. 연예인이 뭐 해주면 감동하고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렇다고 연예인들이 안보이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직원 아이유의 모습도 잘 드러난다. 이효리-상순 부부가 알콩달콩 노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고, 아이유는 평범하면서 서툰 모습도 있는, 그래서 조금 더 친근해진 25살 여성인 이지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