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살충제 계란 파동 ①] 계란없이 장사 일주일 버텼는데…앞으로가 숨 턱턱
뉴스종합| 2017-08-22 09:01
-요식업계 파동 일주일, 한숨 또 한숨
-계란 없는 빵 만들지만 버티기 버거워
-편의점 도시락은 미국산으로 대체해
-살충제 종류 늘어나며 불신감 여전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 “저희 빵집에서는 먹거리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빵에 어떠한 계란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안심하고 들려주세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수제빵집에선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 지난 15일 이후 제빵 과정에서 계란을 쓰지 않고 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뿐만 아니라 국내산 계란 전반에 대한 불신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란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 만들어내는 빵의 종류도 절반으로 줄었다. 해당 빵집의 직원은 “처음엔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은 계란임을 확인받고 사용하다가 정부 측의 조사과정도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뉴스를 보고 계란 자체를 쓰지 않기로 했다”며 “만드는 우리도 의심스러운데 손님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매출 타격이 크지만 확실하게 믿을 만한 조사결과와 대책이 나올 때까지 계란을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서울 시내 한 빵집에서 제빵과정에서 계란을 쓰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세워둔 모습]

콩나물 국밥, 계란말이 등을 판매하는 요식업계 전반에서도 지난 15일 이후로 계란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편의점업계서는 일부 상품에 들어가는 계란을 기존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바꿨다. BGF리테일 CU는 일부 간편식에 국내산 대신 미국산 계란을 이미 지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부터 써왔고, 세븐일레븐도 취급을 중단했던 간편식 제품 9종 가운데 6종을 지난 20일부터 판매 재개하면서 일부 상품에 들어가는 계란을 미국산으로 대체했다.

이에 도시락에 들어가는 계란 반찬을 다른 종류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편의점 업계의 도시락, 김밥 등 간편식 매출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여러 즉석식품과 도시락 등에 계란이 쓰이니깐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꺼림칙해서 손이 잘 안 가는 것 같다”며 했다.

[사진=제주도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의 한 농장창고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경기도 산 ‘08광명농장’ 표기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내산 계란에서 검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과 비펜트린(Bifenthrin)이 주로 검출되다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지금까지 정부 전수조사를 통해 검출된 살충제는 총 5가지로 늘어났다. 일부 동물복지 계란에서 DDT 농약 성분까지 검출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은 사그러들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살림생협에서 판매하는 ‘재래닭 유정란’의 경우 닭들을 풀어놓고 키우는 방사형 축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닭이 쪼아먹는 운동장 흙이 DDT에 오염돼 있었던 것이다.

동물복지 제품에서도 유해 물질이 검출되자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산란계를 포함한 축산업계의 사육 방식 전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땅도 오염돼서 방사형이나 공장형 축산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어 앞으로 ‘계란’ 식품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을 해야하는데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닭 뿐만 아니라 다른 육류 관련업들도 공장형 축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제역, AI 등 관련 축산 먹거리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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