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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당신은 아직도 ‘중년 어린이’?
라이프| 2017-09-05 11:31
“자네, 너무 즐기는 거 아냐? 아들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우리 아들도 이젠 어른이야. 이런 공연 안 좋아해.”

“그럼 자네는 어려서 좋아하나?”

얼마전 걸그룹 뺨치는 대학 공연을 지켜보던 중년 남성들의 대화다.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들었다. 못들은 척 웃음을 감추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 됐을까?”

옅은 화장에 어색한 립스틱을 발랐던 그 날인지, 나라가 인정해 준 성년의 날이었는지…. 어느새 ‘어른’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수동적으로 채워 낸 세월의 크기만으로 어른이라고 소리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어른’의 사전적 정의는 다 자라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던 젊은 시절, 굳이 내세울 것 없었을 때 “쟤는 몇 살이야”라고 응수했던 철없던 과거가 부끄럽다. 필자도 곧 꺾어진 백세를 바라본다. 하지만 늘어난 주름과 관절의 쇠퇴를 자연의 섭리라고 한탄하기보다는, 한살 더 먹을수록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이에 어른다운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네가지 훈련을 제안해 본다.

첫째, 건강을 위한 의식적인 훈련이다. 이제 건강은 잠시 접어둬도 보장되는 자산이 아닌 철저히 이끌고 가는 관리의 대상이다. 중년 남성이여, 회식 자리 소주 몇병에도 끄떡없던 ‘황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 그동안 입이 원했던 음식만 고집했다면 이제는 몸이 원하는 음식, 젊은 혈관과 단단한 체력을 만드는 음식을 선택하기 바란다. 내가 먹는 음식은 곧 내 몸의 일부가 된다는 생각으로 좋은 세포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또 허리 건강과 근력 다지기에 목숨을 걸어라. 나이 들수록 꼿꼿한 허리는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20년 후 사랑하는 내 자식이 중환자실 앞에서 고생하며 서 있지 않도록 철저히 스스로의 건강을 관리하라. 굳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경험을 자식에게 남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둘째, 공부 습관이다. 노안이 와서 공부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신경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3개월간의 꾸준한 시력 훈련 결과, 눈 기능 대신 시각신호를 해석하는 뇌에 변화가 생겨 안경없이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필자의 남편도 30년만에 안경을 벗고 공부하는 일상에 도전 중이다. 학벌이 좋고, 쌓아둔 지식이 많아도,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지식에도 폐기와 채움이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셋째, 모바일의 혁명에 적응하라. MS-DOS를 말하면 웃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PC가 아닌 모바일이 세상을 움직인다. 우리가 살아야 할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려면 ‘모바일=핸드폰질’이라는 편견을 깨고 우리 먼저 초연결과 초지능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넷째, 경청의 자세다. 나이가 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가 쌓인다. 좋게 말하면 철학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다. 까딱하면 우리의 젊은 날처럼,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어르신’ 앞에 하품을 하며 지루해하는 부하 직원이 생길 수 있다. 젊은이들의 관심과 의견에 먼저 귀 기울이고 ‘우리의 말’을 줄여야 한다. 그들이 진심 어린 의견을 구할 때 필요한 자리에서 필요한 조언만 짧게 명중해 주는 명사수가 되는 것이 어른이 지켜야 할 ‘에이징 파워’다.

필자는 항상 ‘우리 이름’ 뒤에 붙은 부장님, 과장님의 직함이 없이도 스스로 ‘어른’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되돌아보니 필자도 작년보다는 올해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된 것 같다. 이 네 가지 훈련을 통해 내일은 더 나은 어른, 보고 싶은 어른이 되려는 욕심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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