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강원랜드, 경력요건 안 된 권성동 의원실 비서관 채용…석유공사ㆍ부산항만공사ㆍ석탄공사 현직 사장 ‘채용비위’ 적발
뉴스종합| 2017-09-05 16:41
-감사원 “공공기관 현직사장들, 점수조작해 지인 채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감사원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정용빈 원장, 대한석탄공사 백창현 사장, 한국석유공사 김정래 사장, 부산항만공사 우예종 사장 등 4명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를 적발했다고 5일 발표했다. 특히 디자인진흥원과 대한석탄공사는 채용과정에서 현직사장의 지인을 채용하기 위해 점수조작까지 감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재부 등 주무부처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석탄공사 권혁수 전 사장과 강원랜드 최흥집 전 사장을 포함해 비위 4건에 관련된 8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현재 기관장이 수사요청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감사원은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3월20일부터 4월21일까지 감사인원 49명을 동원해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ㆍ인력운영 실태’를 점검해 39개 기관에서 총 100건의 위법ㆍ부당ㆍ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화인했다. 이중에서도 감사원은 10건 1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강원랜드, 국회의원 비서관 부당채용=강원랜드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 김 모씨를 특별한 절차없이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 김모씨는 2013년 11월 중순 당시 강원랜드 최 사장의 집무실에서 신축예정인 워터파크 쪽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취지로 부탁하며 이력서를 건넸다.

최 사장은 강원랜드 최대 현안인 폐광지역특별법 존속기한 연장 및 카지노 확충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채용하기로 하고 기조실장을 불러 김씨를 경력직으로 채용하라고 했다. 김 씨는 환경분야 실무경력 5년 이상을 지원자격 요건으로 하는 ‘워터월드 수질ㆍ환경분야 전문가 공개채용’을 통해 최종합격됐다. 하지만 김 씨는 환경분야 실무경력이 4년 3개월로 5년 이상 지원자격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최 전 사장의 비위행위를 인사처에 재취업 등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하고, 전 인사팀장과 과장에 대해서 징계시효는 끝났지만,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엄중한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원랜드 사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최 전 사장과 전 인사팀장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 디자인진흥원, 전 원장 자녀 점수조작으로 채용=디자인진흥원은 2015년 하반기 5급 직원 채용에서 지원자 568명 중 30명을 서류전형에 합격시키고, 최종 3명을 선발이 했다. 이 과정에서 정용빈 원장은 2015년 9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지인으로부터 딸 A가 응시했다는 연락을 받고 진흥원 실장에게 해당 사실을 말했다. 이를 실장은 합격시키라는 지시로 받아들여 A뿐만 아니라 전 원장의 딸 등 총 17명을 서류전형 위원들에게 추천해 정당한 평가 없이 서류 합격시켰다. 인적성검사에서는 A와 전 원장 딸 등 3명의 점수를 안정권에 들게 조작하도록 했다. A와 전 원장 딸은 필기전형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최종면접에서 A는 떨어지고 전 원장 딸은 합격했다. 감사원은 정 원장은 실장으로부터 “과락으로 탈락대상인 A의 인적성검사 점수를 올려 필기전형에 합격시켰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으며, 작년 1월 실장을 본부장으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정 원장과 전 실장과 인사담당자 등 2명의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정 원장의 비위를 통보했다. 또 전 실장과 인사담당자 등 2명에 대해서는 정직처분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전 실장과 인사담당자, 평가진행업체 대표 등 3명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

▶석탄공사, 면접점수 조작으로 전 사장 조카 등 채용=석탄공사는 2014년 8월 청년인턴 10명을 채용해 2015년 4월 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이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B는 권혁수 당시 사장의 조카로, 권 사장은 B에게 인턴에 응시하도록 한 뒤 실장에게 B의 합격을 지시했다. 실장은 “계량점수 순위가 362명 중 321등으로 너무 낮아 합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실무자 보고를 받고도 합격시키라 했고 실무자는 B의 자기소개서 점수로 만점을 줬다. 면접에서도 심사표를 재작성하는 등 방식으로 B를 합격시켰다.

권 사장은 이후 조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지시했고, 현재 석탄공사 사장을 맡은 백창현 당시 본부장은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B를 포함해 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와 별개로 백 사장은 본부장 시절인 2016년 5월 정규직 채용에서 필기시험 결과 응시자 36명 전원이 과락에 해당하는데도, 직원의 딸 C 등 상위 22명에게 면접기회를 줘 C 등 6명이 최종 합격했다.

감사원은 백 사장의 비위사실을 기재부와 산자부 장관에게, 권 전 사장에 대해서는 인사처에 통보했다. 또, 권 전 사장의 지시에 따른 전 실장은 정직, 실무자 등2명은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 권 전 사장과 전 실장 등 2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석유공사 사장, 고교ㆍ회사후배 채용지시=석유공사 김정래 사장은 취임한 다음날인 2016년 2월3일 처장에게 자신의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후배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며 이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김 사장이 채용 과정에서 단시일(10일) 내에 채용하고, 근무조건을 조속히 협의하도록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석유공사 처장은 채용공고나 면접 등 절차없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하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이들 2명을 비공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김 사장의 비위를 기재부와 산자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전 처장 등 2명을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청했다.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

▶부산항만공사, 재공고 없이 사장지시로 선발=부산항만공사는 2016년 7월 신입 및 경력직 직원 11명을 채용하면서 당초 채용계획ㆍ공고에 따르면 분야별ㆍ전형단계별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우예종 사장이 합격인원을 늘리거나, 분야별 합격인원을 변경하도록 지시하면서 부산항만공사는 당초 계획에 따르면 탈락했어야 할 응시자 4명(신입 1명ㆍ경력직 3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모집공고 후 전형단계별 및 분야별 합격인원 등 채용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을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시 공고했어야 한다.

감사원은 우 사장의 비위를 해수부와 기재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인사담당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서부발전, 면접점수 고쳐 사장 추천=서부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2016년 10월 사장후보자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기재부)에 추천하기 위해 면접평가를 한 결과 정하황 후보는 면접대상자 5명 중 4위로 추천대상인 3위에 못 들었다.

그런데 임원추천위 간사는 산자부 담당자 D에게 면접결과를 보고하다 “정 후보가 추천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듣고는 정 후보를 5순위로 평가한 면접위원에게 요청해 1순위와 5순위의 점수를 수정했다.

이를 통해 정 후보는 3위 안에 들어 추천됐고, 공공기관운영위를 거쳐 작년 11월 사장으로 임명됐다.

감사원은 산자부 장관에게 D를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 서부발전에 임원추원위 간사를 정직처분 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수사도 의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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