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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아이들②]10대 범죄, 처벌도 교화도 없었다…“나이가 면죄부?” 소년법 논란
뉴스종합| 2017-09-06 10:01
- 소년범죄 3건 중 1건은 기소유예…재범률 증가
- 보호관찰관 부족ㆍ부실 프로그램 지속적 계도 불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가해학생들이 SNS에 피해학생 사진을 올리면서 남긴 글은 법의 처벌을 무서워하지 않는 10대들의 엇나간 법 의식을 보여준다. 미성년자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거나 형을 감해주는 소년법이 “어리면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범죄를 키우고 있다.

부산 여중생 사건에 이어 강릉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A양은 지난 7월 17일 B(17)양 등 가해자들로부터 뺨을 맞고 발로 걷어차였다.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조건 만남을 강요하거나 감금하기도 했다. 연이어 터지는 10대들의 잔혹한 범죄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에 6일 오전 9시 기준 19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이처럼 10대의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해 범죄 예방과 처벌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촉법소년으로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형벌이 아닌 별도의 처분을 받는다. 검사는 이들을 소년법에 따라 선도 교육 이수 등을 조건으로 ‘기소 유예’할 수 있고 소년 법원에서 심리할 경우 보호 처분을 내리거나 소년원에 송치한다. 한편 만14 세 이상~18세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도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최대 20년의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다. 부산 사건의 한 가해자의 경우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실제 소년범죄에 대한 검찰의 처분은 관대하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만6050건의 소년범죄 중 35%는 기소유예 됐고 32.5%는 소년보호 사건으로 송치됐다.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7.2%에 불과했다. 2006년 이후 전체 소년범죄 중 소년 보호 처분이 내려진 비율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기소율은 10% 내외에서 크게 늘어나질 않았다. 친구를 머리에 피터지게 때리고 발로 짓밟아도 큰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가해자들의 생각이 아주 틀린 얘기가 아닌 셈이다.

경찰 프로파일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청소년 범죄를 많이 처리해본 일선 경찰관들은 열심히 수사해 봐야 어차피 어른될 때까지는 제대로 처벌도 안 받고 교화도 안될 것이라는 무력감과 패배감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적절한 교육을 통해 교화할 수 있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형사상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세계어린이인권 보호협약 가입국가여서 이러한 제도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형벌 대신 이뤄지는 보호관찰이 부족한 인력과 엉성한 프로그램으로 교화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관 한 명 당 맡는 소년범의 수는 100~150명 수준. 관찰관도 평균 3~6개월이면 바뀌어 지속적인 관찰과 계도가 불가능하다.

보호관찰 중인 10대 청소년들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경찰이 보호관찰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부산 여중생 사건의 주범이었던 C(15)양은 공동폭행 전력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고 또 다른 주범 D(15)양 역시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의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였지만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 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상에 보호관찰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법무부에 따로 요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은 피해가고 교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소년범의 재범률은 늘고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소년범 중 초범 비율은 2006년 63.9%에서 2015년 50.2%로 줄어든 반면 4범이상 재밤률은 2006년 6.1%에서 2015년 15.2%로 크게 증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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