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학교 2017’, 해피엔딩임에도 아쉬웠던 점
엔터테인먼트| 2017-09-06 11:20
-마지막회 순식간에 이뤄진 금도고 이사장의 회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017년의 학교 이야기를 그려냈던 KBS 월화극 ‘학교 2017’이 열여덟 청춘들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5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라은호(김세정)는 학교로 돌아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현태운(김정현)은 모든 비리를 자백한 아버지인 금도고 이사장 현강우(이종원)와 함께 시골 학교로 떠났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함께였다. 금도고 학생들은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좀 더 단단해졌다.

‘학교 2017’는 애초에 박진석 PD가 “2017년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와 교육 문제, 청춘들의 갈등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요즘 아이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냈다. 재치 있는 패러디로 최근 대학 입시의 쟁점인 생활기록부를 설명하고, 학교를 문제점 투성이로 만든 기성교육자에게 한방을 먹이는 스쿨 히어로 ‘X’를 통해 교내 비리를 파헤쳤다. 


학폭위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사용기한이 지난 식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 등 요즘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있을 법한 문제로 리얼함을 제대로 살렸다.

2017년의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고졸 공시생 오사랑(박세완), 버스커 윤경우(서지훈), 아이돌 멤버 이슈(김로운)를 통해 대학 입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고 그 속에서 갈등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학교의 실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나가는 것은 고교생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1~2편을 보는 것과의 비교 효용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학교내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김세정(긍정적이고 착한 라은호), 김정현(직진 사랑꾼 현태운), 장동윤(반성하고 성장하는 송대휘) 외에는 캐릭터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금도고에서는 차별과 비리로 얼룩져 위기와 시련이 끊이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꿋꿋하게 꿈을 향해 나아갔고, 그런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학교는 여전히 따뜻했다. 살벌한 현실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준 선생님들과 부모님 때문에 학교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드라마상으로는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캐릭터의 변화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태운의 아버지인 금도고 이사장 현강우(이종원)의 마지막회에서의 급속한 변화였다.

그는 매정한 아버지이자 비리를 저질러도 아들 한명만 살리고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 가장 잘못된 기성세대였다. 잘못된 기성세대에게 권력까지 주어졌으니 상황은 물어보나 마나다.

그런 아버지때문에 아들 현태운은 삐뚤어졌고 ‘X‘를 하게 됐다. 이쯤 되면 아버지가 아니라 원수였고 아버지가 어떻게 아들에게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들 태운은 마지막회에 아버지에게 “‘내가 어떻게 하건 너 하나는 막아줄께‘, ‘없던 일로 해줄께’ 같은 말 말고, ‘거짓말 하지마’ 이런 걸로 저를 혼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아버지는 갑자기 금도고를 둘러싼 온갖 비리를 인정하고 교육자의 초심을 찾게 됐다. 금도고를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의 노선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선생님을 교장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시골학교에서 아들과 함께 새 인생을 살고 있다.

그렇게 되면야 너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제대로 몰입이 되지 않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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