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5세 아이만 내렸는데 엄마는 태우고 출발…‘240번 버스’ 논란 계속
뉴스종합| 2017-09-12 17:25
-서울시 “규정 어긴게 아니라 처벌 힘들듯”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만5세 여자아이가 먼저 내린 이후 따라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한 일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27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 강남구 신사동 신사역~중랑구 신내동 중랑공영차고지를 잇는 대원교통 240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민원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혼잡한 광진구 화양동 건대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먼저 내리고, 뒤따라 아이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내리려는 순간 버스 뒷문이 닫혔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이어 아이만 내린 채 버스는 출발했고,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과 다른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이를 알렸지만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어줬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게시 직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아이 엄마가 울먹이며 정차를 요구했고, 승객들도 버스를 세우라고 외쳤지만 버스기가는 묵묵히 운전만 해 분노했다는 다른 목격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는 문제가 커지자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시는 민원 글을 바탕으로 버스기사를 불러 경위서를 쓰게 했고 버스 안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 자체 분석했다.

시의 CCTV 분석, 버스기사가 낸 경위서를 종합하면 이 버스는 건대입구역에서 출입문을 열고 약 16초간 정차한 후 출발했다. 이때 어린이 3명 등 승객 10여명이 하차했다.

당시 만 5세 여자아이가 다른 보호자와 함께 내리는 어린이 2명을 따라 먼저 내렸다. 아이 엄마는 뒤쪽에서 따라 나왔지만 미처 내리지 못했고, 버스 출입문은 닫혔다.

버스는 출발 이후 10m 가량을 지나 4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약 20초가 지난 뒤 270m 가량 떨어진 다음 정류장에 정차했다.

아이 엄마는 바로 내린 이후 아이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를 조사했지만 규정을 어긴 게 아니라 처벌은 어렵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퇴근 시간대에 버스가 혼잡해 운전기사가 출발 이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 엄마가 하차를 요청했을 때는 이미 (버스가)차선을 바꾼 상태로 사고 위험이 있어 다음 정류소로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는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 사과하기로 하고, 240번 버스를 운영하는 대원교통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승객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출발한 것 자체가 처벌을 받을 일이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40번 버스 기사를 고발합니다’라는 청원도 올라와 있을 정도다.

시 관계자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버스기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다른 위반사항이 있다면 업체와 버스운전기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