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법원, “현장 출동 잦은 소방관 뇌질환은 업무상 재해”
뉴스종합| 2017-09-24 15:06
-1만 번 이상 화재 진압한 소방관 1,2심 패소 끝에 사실상 승소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재직 당시 1만 번 이상의 화재현장에 출동했던 베테랑 소방관이 긴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퇴직 소방공무원 이실근(62)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등 1만 3000여 차례 재난 현장에 뛰어들었던 이 씨는 2004년 ‘소뇌위축증’이라는 뇌질환을 얻었다. 2014년에는 야간 당직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는 등 증세가 심해졌다. 이후 이 씨는 퇴직을 결심하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씨는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요양급여가 지급되려면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과로나 유독물질 노출로 인해 소뇌위축증이 발병할 만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요양급여 지급을 위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소방관이 화재 진압 시 접하는 일산화탄소는 신체조직의 산소공급을 방해해 뇌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이 씨의 질환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000년 이전에는 소방관들에게 지급된 보호장구 보급률이 열악해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이 씨가 근무한 대구시의 경우에도 2011년 공기호흡기 보급률은 48.7%로 전국 최하위였고, 방화복 확보율도 34.9%에 불과했다.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노영보 위원장]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활동위원회(위원장 노영보)가 항소심부터 이 씨의 소송을 무료로 대리했다. 상고심에서는 대법관 출신의 차한성 변호사와 노영보 대표변호사가 직접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인 이재상 변호사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장상균 변호사 등 호화 대리인단이 이 씨를 지원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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