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트럼프는 왜 NFL 선수들을 ‘타깃’으로 정했나
뉴스종합| 2017-09-26 10:04
-‘애국심’ 문제로 이슈화해 지지층 결집 의도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 국면전환 용도라는 지적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싸움에서 자신이 승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과 ‘전쟁’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NFL 선수들의 ‘애국심 결여’를 부각시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미 프로풋볼(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휴스턴 텍산스와 경기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저항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고 있다. [폭스보로=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중연설에서 NFL 경기 전 국가 제창 때 일어서지 않고 무릎 꿇은 선수를 겨냥해 “개XX(sons of bitch)”라고 욕설을 뱉았다. 이에 분노한 NFL 선수 100여 명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팔짱을 낀 채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또 32개 구단 절반 가량이 비판 성명을 냈다.

굴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연일 비판을 이어갔다. 25일에는 “무릎 꿇는 것에 대한 이슈는 인종과 아무 상관 없다. 우리나라와 국기ㆍ국가에 대한 존경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國歌)를 위해 기립#StandForOurAnthem’이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이처럼 트럼프는 이번 논란이 인종과 관련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NN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NFL 선수 대다수가 흑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번 논란을 인종 문제로 치환해 보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의 유산’과 같은 표현 등에서 흑인을 배제하고 백인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풋볼 선수들이 대체로 부유하다는 점에서도 그들을 공격 ‘타깃’으로 설정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선수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일반인이 느끼는 박탈감을 트럼프가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백만장자이지만 서민을 대변하는 인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동시에, 평범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해 세를 결집하려는 속셈이 엿보인다고 CNN은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든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의 우군이 아님에도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4일 인터뷰에서 “나는 국기를 경멸하는, 부자이고 버릇없는 운동선수들의 팬이 아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NFL 선수 공격이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가 무르익은 데 따른 국면전환 용도로도 보인다고 CNN은 지적했다. 최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고 정황 등 각종 문서를 요구하며 백악관을 압박해오고 있다. 게다가 백악관 선임고문이자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백악관 업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패배로 내몬 ’이메일 스캔들‘과 같은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CNN은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이 이런(애국심ㆍ인종) 이슈를 좋아하고, 자신도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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