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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역사적인 ‘여성 운전’ 첫 허용…“위대한 발걸음” 전세계 환영
뉴스종합| 2017-09-27 10:07
-살만 국왕 칙령 발표…여성 운전면허증 발급
-30일 이내 실행 방안…내년 6월까지 시행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다.

사우디 외교부는 26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사상 최초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통신 SPA에 따르면 칙령을 이행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실행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6월 24일까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통 법규 조항을 시행할 계획이다.

[사진=사우디 여권운동가 아지자 유세프가 지난 2014년 3월 여성 운전 허용 캠페인에 참여하며 운전하는 모습. 사진출처=AP연합뉴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국가였다. 남성에게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으며, 운전을 하는 여성은 체포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

때문에 사우디의 상당수 가정에서는 여성의 이동을 위해 운전기사를 따로 고용해왔다. 사우디 국영 방송 알아라비아에 따르면 주로 남아시아 출신인 남성 약 80만명이 사우디 여성을 위해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관습 탓에 여성의 직장, 학업 등 사회 활동이 제약되고 운전기사를 고용해야 하는 등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우디 국내·외 인권 단체들은 수년간 여성 운전 허용을 주장해왔다.

사우디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서서히 여성의 정치·사회적 권리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칙령은 모하메드 빈 살만(32)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의 중장기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 2030에는 탈(脫)석유 시대에 대비해 엄격히 제한됐던 여성의 사회 활동과 교육 기회를 늘리는 내용이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 살만 왕자는 이날 칙령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역사적이고 중요한 날”이라며 “사우디는 현재 젊고, 역동적이고, 열린 사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실행할 적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칙령에 대해 “더 밝은 미래를 향한 거대한 발걸음인 ‘비전 2030’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운전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한 현지 인권운동가들도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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