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협약 이전에 이미 미터법을 수용한 나라들은 자국의 미터원기가 얼마나 정확한지 프랑스에 검사를 요청해야 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강대국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889년 90%의 백금과 10%의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미터원기.[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
그런데 미터원기 자체가 마모되고 손상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1837년에는 바이에른의 한 과학자가 원기의 끝 부분에 생채기가 난 것을 발견했다. 1864년에는 현미경 검사를 통해 한 면에 흠집이 난 사실도 발견했다. 게다가 화학자들은 순수하다고 여겼던 백금 자체가 이리듐이란 금속과 섞여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즉 온도에 따른 미터원기의 팽창률이 순수한 백금일 때보다 복잡해진다는 의미였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미터원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새로운 원기는 90%의 백금과 10%의 이리듐의 합금으로 당시 미터법을 사용하는 나라의 수만큼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를 대표 원기로 삼았다. 그 결과 1889년 열린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새로운 국제 미터원기가 공표됐다. 이때부터 국제미터원기의 길이가 미터의 정의가 된 것이다.
1983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새롭게 제정된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 미터원기.[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
하지만 이 정의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니다. 1983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보다 훨씬 복잡한 다음과 같은 정의로 바뀌었다.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99 792 458분의 1 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다.”
자릿수가 길면 숫자를 쉽게 읽기가 어렵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세 자리마다 구분을 지어 반점(,)을 찍는 표기 방식을 흔히 쓰고 있다. 하지만 국제단위계(SI)에서는 이 경우 반점을 쓰지 말고, 빈 칸을 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299,792,458’과 같이 표기하지 않고, ‘299 792 458’로 표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도움말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구본혁기자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