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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년만에 수단 경제제재 해제…북한 외교 고립 목적
뉴스종합| 2017-10-08 09:11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한 수단, 경기 활성화 길 열어
-인구 4000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대 시장 빗장 풀려
-단기적으로 외환ㆍ금융거래 제한 완화로 교역 활성화 기대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가시화되고 있는 북한과 달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던 수단의 경우 20년만에 미국의 경제제재(sanction)에서 벗어나 경제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 등이 거주했던 수단에 내려진 경제제재를 해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OTRA(사장 김재홍)는 미국 국무부가 20년간 수단에 부과해온 경제제재(sanction) 조치 해제를 지난 6일 전격 발표함에 따라 자동차관련 품목, 제약, 농축산 관련 기계장비,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수단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8일 밝혔다.

미국은 수단 정부의 분쟁지역에서 적대행위 중단, 인권 개선, 테러와의 전쟁, 지역분쟁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 오는 12일부로 수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의거해 수단 정부의 테러지원, 주변국 정세불안 유도, 종교박해, 인권침해, 90년대 초 오사마 빈라덴의 수단 거주 등을 사유로 경제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2006년에는 부시 대통령이 다르푸르 분쟁을 이유로 기존 제재에 더해 분쟁 관련 인사의 모든 자산 동결, 미국인의 수단 내 석유 및 석유화학 산업 관련 모든 거래 금지했다.

경제제재 개시 20년이 흐른 뒤인 지난 2017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6개월간의 관찰기간을 거쳐 수단에 대한 제재 해제를 2017년 7월 12일 결정하겠다는 행정명령 발표했으며,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3개월간 관찰기간 연장을 지시하고 10월 6일 미국의 대수단 경제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수단의 경우 이란, 시리아와 함께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3개국에 여전히 포함돼 있어 무기류 수출 등은 계속 금지된다.

이번 수단의 제재 해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단은 앞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울러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 이스라엘 등이 제재해제를 요청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단은 인구 4000만명에 이르며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에 이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대 시장 (GDP 956억달러)으로 꼽힌다. 국토면적 세계 15위(189만 ㎢)를 차지함과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북으로는 이집트, 남으로는 남수단, 중앙아프리카 등 7개국 및 홍해와 접해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에 있지만 종교(이슬람), 문화(이슬람), 교역(중동국가에 의존) 면에서는 중동국가의 특징이 더 강하다. 실제로 수단은 아프리카 연합(AD)과 아랍 연맹(AL)에 동시에 가입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번 제재해제로 수단은 단기적으로는 금융, 외환거래 제한 완화에 따른 수출입 및 경기 활성화,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투자,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확대가 기대된다. 그동안 수단은 극심한 외환 부족, 물가상승, 자국 화폐가치 하락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먼저 금융기관을 통한 외화송금이 가능해지면 거래비용 및 시간 절감, 편의성 증진으로 교역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동안 미국 은행을 거치는 달러화 송금(in & out) 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해 두바이 등 제3국에 결제 협력사를 보유한 수단 기업만 제품 수입이 가능했다.

환율과 물가안정도 교역활성화에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된다. KOTRA가 관리하는 수단의 주요 바이어는 지난 수개월간 달러대비 현지화 가치 하락과 물가상승으로 제품 수입을 보류한 경우가 다수였다. 일부 바이어들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도 대금 결제를 미뤄 우리기업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제재 해제로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면 달러화 대비 현지화 가치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며, 제재해제 기대감을 반영해 최근 달러 대비 현지화 환율이 반등하기도 했다.

투자 관련해서도 수단시장의 잠재력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로 인해 투자 보류, 철수했던 해외 기업들이 유망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수단 정부가 재정압박에서 벗어나고 다자개발은행(MDB)의 투자 제한이 풀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항, 도로, 교량, 수자원, 에너지 분야 등 인프라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 그동안 수단 내 인프라 개발은 중국, 일부 아랍국 차관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이마저도 부족한 상태였다.

이처럼 신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단 시장을 우리 기업이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과 현지 시장상황을 고려한 유망분야 공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단 정부는 2011년 남수단 독립과 저유가로 어려움에 빠진 이후 제조업 육성, 외국인투자유치를 골자로 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5~2019)을 시행중이다. 현재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건설중장비 및 자동차부품, 승용차, 화물자동차, 배터리 등 자동차관련 품목과 원활한 교역 환경 조성에 따른 소비재 및 경제개발을 위한 기자재 분야 수요 증가 전망에 따른 제약, 의료기기, 농축산 관련 기계장비, 비료, 화장품 등이 진출 유망분야로 꼽힌다.

다만 거시적으로는 전체 매장량의 75%를 차지한 남수단 독립 이후 원유 수출 감소의 타격을 경제구조 개편으로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 미시적으로는 인터넷, 통계자료의 미발달로 반드시 현지 출장을 통해 바이어의 거래 역량을 확인하는 등 현지시장 상황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 등은 주의를 요한다.

임성주 KOTRA 카르툼무역관장은 “과거 대우그룹이 수단시장의 가치를 주목, 대규모 투자로 제약, 호텔, 금융, 섬유, 타이어 제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등 수단시장은 우리 기업에 낯설지 않다”면서 “자동차(시장점유율 60%대), 가전, 휴대폰(시장점유율 1~2위) 등 주력 제품이 선전하고 있고, 최근 전파된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및 한국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점을 십분 활용해 신시장 진출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도 적극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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