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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감-헌재]야당, ‘김이수 권한대행 인정 못해’ 헌재 국감 보이콧
뉴스종합| 2017-10-13 13:17
-김이수 권한대행 인사말 못한채 오전 일정 종료
-“헌재 없애버린다”, “탄핵할 수 있다” 막말도 오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야당의 ‘보이콧’ 논란이 일었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가 결국 파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권성동)는 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현안질의를 하지 않은 채 김이수(65·사법연수원 9기) 재판관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정감사를 받을 수 있는지 논쟁을 벌인 뒤 정회했다. 이후 국정감사를 진행할 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4당 간사가 협의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야 3당은 김 재판관이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국정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앉아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날 언쟁은 권성동 위원장의 개회선언 직후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김 권한대행의 인사말 순서를 저지한 뒤 “김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내년 9월까지 유지하는 건 많은 문제점이 있다, 현재 자격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반면 여당 금태섭 의원은 “청와대가 내년 9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국정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금 의원은 2006년 윤영철 소장 퇴임 후 주선회 재판관이 직무대행 체제로 국정감사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 때도 주 재판관 퇴임 때까지 직무대행을 유지할 거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 전에 이강국 소장이 임명됐다”며 “야당에서 여러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안받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오신환 의원은 “권한대행 체제를 내년 9월까지 할지, 3개월 후에 소장을 지명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국정감사를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권한대행 체제 유지를 언급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 대변인이 발언한 자체가 헌재를 하수인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감장에선 여당 박범계 의원이 반말을 하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책상을 손으로 내려치며 고성을 주고받는 등 소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진태 의원은 “김이수 재판관은 권한대행은커녕 재판관 자격도 없다, 개헌 논의 이뤄질 때 헌재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신환 의원은 “재판관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만으로도 가능하다”며 김 재판관의 탄핵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날 간사단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직후 여당 소속 의원들은 “헌재를 없애자는 폭언까지 등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헌재에 보복을 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 특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헌재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가 김 재판관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하고, 청와대가 새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재를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응이다. 헌법재판소법과 관련 규칙상 소장 궐위시 권한대행은 재판관 회의 선출이나 그 전에는 임명일자가 빠른 재판관이, 임명일자가 같은 경우에는 연장자가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재판관과 이진성(61·10기), 김창종(60·12기), 강일원(58·13기), 안창호(60·14기) 재판관이 임명일자가 같지만, 규칙대로 나이를 따지면 김 재판관이 권한대행 적임자가 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 재판관이 계속 소장 권한대행을 맡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이미 국감 전날 보이콧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김 재판관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새 소장 후보를 지명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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