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른 가정폭력 사건 해결하느라 늦었다” 해명
-“단순 가출사건 판단”…사실상 초기 수색 포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여중생 딸 살해 및 사체유기 사건 피해자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실제 조사한 시간은 3분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경찰은 “밤늦은 시간이라 나가봤자 소용이 없어서 안 나가려다가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 학생 A(14)양의 실종접수가 들어온지 약 3시간 20분만에 관할 지구대인 망우지구대로 출동했다.
A양의 부모가 A양의 실종신고를 한 것은 지난 9월 30일 오후 11시 20분 경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후 접수한 가정폭력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바로 출동하지 않았다. 1일 오전 1시 40분 경 가정폭력 사건 조사를 끝나고도 바로 현장을 찾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이영학(35)씨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경찰은 오전 2시 20분 경, 상봉지구대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 요청이 들어와 그 곳으로 출동한다. 상담 요청을 해결하느라 먼저 들어온 청소년 실종 현장엔 출동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경찰이 A양의 실종을 접수한 관할 지구대인 망우지구대에 도착한 시간은 1일 오전 2시40분. 실종신고가 들어간지 3시간 20분이 흐른 뒤였다. 경찰은 지구대에 “특이사항이 있느냐” 등 간단한 질문만 하고 3분 후 떠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의 부모와 통화도 하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이미 지구대에서 수색이 끝났다고 해서 더이상 할 일이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A양 부모가 이 양의 존재를 실종신고 당일 오후 11시 50분경 파악하고 경찰에 전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망우지구대는 “당시 주변이 시끄러워서 이를 못들었다”고 해명하고 중랑경찰서는 “지구대에서 관련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망우지구대와 중랑경찰서 모두 실종 학생 부모에게 “마지막 행적을 파악했느냐”고 묻거나, 함께 파악하는 노력은 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경찰이 A양 실종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은 A양의 실종을 단순한 청소년 가출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관계자는 당시 사건에 대해서 “요즘 애들 가출이 흔하니까 친구랑 어디 놀러간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밤 늦은 시각에 가봤자 뭘 하겠나. 안 나가려다가 (학부모가) 안가면 뭐라고 하니까 1~2시간 대충 돌고 들어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랑경찰서는 딸 친구 살해 및 사체유기 사건과 관련 초동대처 미흡 등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내부 감찰에 들어간 상태다.
한편 경찰은 지난 15일 성매매 알선ㆍ기부금 유용ㆍ아내 자살 등 이영학을 둘러싼 의혹을 풀기 위한 형사과와 수사과에 전담팀을 지정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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