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朴 전대통령 “모든 책임 나에게…기업인엔 관용을”
뉴스종합| 2017-10-16 11:40
6개월만에 법정서 심경 토로…
“헌법 따른 재판이란 믿음 없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기소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 재판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와 함께 구속 기간을 연장한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에 반발해 집단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어 준비해온 입장문을 낭독했다. 감색 양복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6개월만에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재판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 왔고 그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는 측근이었던 최 씨의 단독범행이었다는 입장을 다시금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숨을 고른 뒤 “염려해 주신 분들게 송구한 마음으로,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버텨왔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을 연장한 법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그는 “롯데 ㆍSK뿐 아니라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고 재판과정에서도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외풍과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이란 믿음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을 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변호인단 전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사임계를 제출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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