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상8하 원칙 깨고 낙마
리잔수·자오러지·왕양 등
시자쥔 군단 상무위원에 포진
국정전략 짜낸 책사 왕후닝
지방정부 경력없이 이례적 승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통치 이념을 당장(黨章·당헌)에 삽입하며 절대 권력자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도 그의 측근들로 새 진용이 꾸려지며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 주석과 불화설이 나돌았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이 24일 끝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2기를 이끌어갈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모두 물갈이 됐다. 25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에서 신임 상무위원 5명이 확정됐다.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류윈산(劉雲山)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가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의 중국 공산당 인사원칙에 따라 24일 모두 물러났다.
이들을 대신할 5명의 상무위원은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처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 시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공산당 중앙 조직부장, 왕후닝(王寧) 중앙 정책실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등이다.
이 가운데 리잔수, 자오러지, 왕후닝, 왕양 등은 일명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시진핑의 측근 군단이다.
리잔수 주임은 1980년대 허베이(河北)성 재직 당시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였던 시 주석과 알게 돼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 구이저우(貴州)성 서기 등을 거쳐 시진핑 지도부 출범 직전인 2012년 9월 당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발탁됐다. 이후 시 주석의 국내 시찰과 해외 순방 등에 예외없이 그림자 수행해온 측근 중의 측근이 됐다.
자오러지 부장은 산시(陝西)성 출신으로 시진핑과 동향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지난 5년간 중앙조직부장을 맡아 당 조직과 인사를 꿰뚫고 있다.
중난하이(中南海ㆍ중국 최고 지도부 거주지)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 주임은 시진핑의 국정 전략과 방향을 짜낸 인물이다. 지방 정부 수장 등 정치 경력이 없음에도 최고 지도부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 정치평론가인 후핑(胡平)은 중국어 매체 다지위안에서 “시진핑 주석이 얼마나 이념을 중시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이념을 중요하게 여긴 지도자인 마오쩌둥은 스스로가 사상가였지만, 시진핑에게는 대이론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왕양 부총리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계파로 분류되지만, 시진핑 정권에서 통상정책과 빈곤대책 등을 맡아 추진하면서 시 주석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상무위원 가운데 한정 서기는 유일하게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 계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았을 때 인연이 맺어졌으며 정치적 색채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24일 공개된 중앙위원 명단에서 배제됐다. 그는 내년 3월 열리는 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올해 66세로 인사원칙인 ’7상8하‘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낙마한 것과 관련해 해외 언론들은 시진핑 군단이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했다.
다지위안은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시절에 중난하이의 도처가 장쩌민 전 주석 계파였다. 시 주석은 지난 5년동안 반부패 기치를 통해 장쩌민 계파를 대부분 퇴출시켰다”면서 “상무위원 대부분을 물갈이하면서 시진핑 1인에 권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