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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에이즈 성매매 공포…‘몰래 성병검사’ 부쩍 늘었다
뉴스종합| 2017-10-27 11:17
“배우자·연인도 못 믿어” 불안
서로간 불신에 갈등으로 번져
지난해 HIV감염자 1만1439명


주부 박모(33ㆍ여) 씨도 얼마 전 정기검진 차 산부인과를 들렸다가 성병 검사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박 씨는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하고 있어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지만 불현듯 부산 에이즈 성매매 뉴스가 생각났다. ‘혼자 건전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 박 씨는 결국 성병 검사를 진행했다.

박 씨는 “남편을 믿었지만 1%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성병 검사를 받았다”며 “혹시나 이 이야기를 전하면 남편이 불쾌해 할 것 같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에이즈에 감염된 한 20대 여성이 부산에서 피임도구 없이 20여명의 남성들과 성매매를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배우자 몰래 성병 검사를 하러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믿음을 가지면서도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에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일부 부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두려움이 서로간의 신뢰 문제로 번져 부부 갈등을 빚기도 한다.

부산 에이즈 성매매 뉴스를 접하고 두려움을 느낀 직장인 김모(36ㆍ여) 씨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성병 검사를 같이 받으러 가자고 했다. 그러나 김 씨 부부는 이내 곧 냉전 상태에 빠졌다. 김 씨는 “남편이 ‘딴짓’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지만 남편의 과거 연인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는 불안함이 있었다”며 “그런데 남편은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며칠째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성병 검사를 찾는 현상은 결혼한 부부뿐만 아니라 이성교제 중인 커플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상대방이 부산 지역에 연고가 있는 경우 더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현재 부산 지역엔 에이즈 감염자 878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가운데 80명은 보건당국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이모(29ㆍ여) 씨는 이번 에이즈 뉴스를 접하고선 고향이 부산인 과거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이 씨는 “딱히 의심되는 행동을 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뉴스를 보니 남일 같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다”며 “내가 조심해도 상대방의 과거 연인이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 성병 검사를 먼저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IV 감염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143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이후 4년 연속으로 1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신규 감염자 중에선 20대가 33.7%, 30대가 24.1% 등 젊은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성생활을 위해선 피임도구 사용은 물론, 주기적인 성병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인규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사업국장은 “고정 상대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기적으로 성병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통념상 성병 검사를 꺼리는 문화가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자기 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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