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르포] 친구야 함께 에디슨 되자“…메이커교육 대표주자 미래산업과학고
뉴스종합| 2017-11-06 09:31
- 학교에서 발명 수업으로 특허출원까지
- 학생들끼리 토론과 고민으로 성장
- 유연한 사고ㆍ문제해결능력 ‘쑥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의 수업은 왁자지껄하다. 학생들은 컴퓨터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웃고 떠든다. 때론 목소리를 높이며 열띈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수업을 맡은 선생님들 누구 하나도 이들을 나무라거나 조용히 시키지 않는다. 이 학교 발명특허과를 맡고 있는 최종대(45) 선생님은 “이것이 이 아이들이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는 자유로운 생각에 기초해 학생들이 발명을 하고 이를 특허출원하는 과정을 특화한 특성화고등학교다. 이전에는 공업고등학교였는데 취업을 나간 학생들이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다 자신의 꿈에 맞고 즐겁게 배우며 실무현장에서 만족도도 높은 인재를 키울까 고민하다가 발명특허를 주무기로 삼았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천명한 ‘창의적 괴짜 만들기’, 메이커교육을 일찌감치 실천해오고 있는 학교기도 하다.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기본 과목도 발명에 필요한 부분을 연계해 가르치는 실용적 수업을 한다. 

[사진설명=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의 수업은 지금까지 존재하던 물건들을 세상을 위해 조금 더 편리하게 개량하는 법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3D 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 엔진을 재현하고 있는 여학생. 원호연 기자/wlhy37@heraldcorp.com]
[사진설명=학생들은 3D 설계를 통해 구상한 아이템을 3D 프린터로 시제품으로 만들어본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착오가 있었던 부분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경험을 한다. 원호연 기자/wlhy37@heraldcorp.com]

발명특허과의 전공 수업시간의 주인공은 학생들 자신이다. 각자 학교 홈페이지 서버에 올라온 여러 물체들의 영상을 보다가 끌리는 물건이 있으면 3D 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재현해본다. 단지 그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기능과 모양을 보다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할지 학생들끼리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간다. 협동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아이디어는 3D 프린터를 통해 시제품으로 탄생하고 특허 출원도 한다. 서로가 친구에게 선생님이 되고 함께 발전하는 동료가 되는 셈이다. 선생님들은 관찰자일 뿐이다.

이동운(18) 군과 이나성(18) 군이 만든 휴대용 목발은 ‘협력’이 만든 새로운 아이디어의 대표적인 예다. “제가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접을 수 있는 목발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접히는 부분이 아무래도 내구성이 약해서 사용 도중에 접히는 문제가 있었다”고 동운군이 말했다. 그때 동운군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게 바로 나성 군. “예전에 봤던 경찰 삼단봉이 길이를 마음대로 줄였다 늘릴 수 있으면서도 범인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것이 생각나 동운이에게 제안했다”며 나성군이 으쓱해 했다. 두사람은 버스 기사가 졸음에 빠지면 진동으로 깨워주는 스마트밴드도 만들었는데 이때는 나성군이 “스피커도 추가하면 깊은 잠에 빠진 기사도 한번에 깨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이론 시간에 배운 물리법칙이나 과학적 원리는 머릿속에서만 생각할 땐 모호하지만 실제로 자동차 변속기나 시계 태엽 구조를 만들어보면 쏙쏙 머릿속에 들어온다”며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수업에서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수업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허출원을 통해 사회적 생명을 얻는다. 원호연 기자/wlhy37@heraldcorp.com]
[사진설명=실제로 미래산업고등학교에서 발명 교육을 받은 홍석영 라포터 대표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사업화한 케이스다. 원호연 기자/wlhy37@heraldcorp.com]

동운 군은 “특히 혼자 책을 통해 배우면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는 딱딱한 틀에 갇히기 쉬운데 우리는 자신이 막힌 부분을 친구가 해결해주는 과정을 겪으면서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공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실제로 미래산업과학고를 나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의 꿈을 이룬 학생도 있다. 자전거 브레이크가 자물쇠 역할도 하는 ‘스페이드 브레이크’를 만든 홍석영 라포터 대표나 누구나 손쉽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인쇄무을 만들수 있는 점자출력기를 개발한 권서원 커머 대표도 이 학교 출신이다. 최 선생님은 “석영이의 경우엔 정말 희한한 아이디어를 자주 내서 선생님들을 놀리키는 ‘에디슨’ 같은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메이커 교육이 단지 독창적인 발명을 위한 교육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딱딱한 수업에 흥미를 잃었던 아이들도 목표를 갖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보다 재미있게 느끼다보니 말썽도 부리지 않고 성적도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최종대 선생님은 귀띔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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