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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격식’ vs 中 ‘황제’ vs 日 ‘감성’…트럼프 의전외교 ‘삼국지’
뉴스종합| 2017-11-10 12:01
韓, 문대통령 ‘캠프 험프리스’로 가 파격맞이
中, 자금성→트럼프 전용 정상외교 공간으로
日, 美産 소고기 대접·골프로 개인취향 저격


‘한중일, 트럼프 의전외교 삼국지…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일본은 ‘감성의전’을, 한국을 ‘품격의전’을, 그리고 중국은 ‘황제의전’을 펼쳤다. 지난 5일 간 한중일 3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각종 깜짝 의전을 펼치는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의전 삼국지’를 방불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평택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장병들과 오찬에서 한미 양국 우호와 관련한 연설을 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은 ‘황제 의전’과 함께 시작됐다. 중국은 옛 명ㆍ청 왕조의 황궁이던 자금성(紫禁城)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한 전용 정상외교 공간으로 제공했다.

자금성 건립 710년만의 초유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청의 융성기를 통치했던 건륭제의 전용공간인 건복궁(建福宮)에서 청나라 황실의 궁중요리인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대접받는 등 파격적인 ‘황제 체험’을 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황제급 예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건복궁이 외빈에게 개방된 건 2008년 ‘중국 인민의 벗’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황제의전은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시 주석의 공고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매체들은 “굴기(堀起) 중인 중국의 현실적 국제관을 투사하고 있다”며 공고한 시진핑 체제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동방일보는 시 주석의 파격 예우가 “시 주석이 ‘중화민족 부흥’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한중일 3개국 모두에게 전례없는 파격 의전을 받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평택기지 ‘캠프 험프리스’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파격 의전’을 펼쳤다.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면서도 북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상징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환영식과 국빈만찬에서 우리 전통을 강조하는 등 국빈에 대한 격식과 품격을 강조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발언’이 드물었고, 원론적 수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분담에 대한 문제제기만 있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일부터 8일가지 1박 2일간 격식을 강조한 공식적 성격의 행사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발언을 할 틈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취향을 저격한 ‘감성외교’를 펼쳤다.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의전은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친교’에 집중돼 있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고려해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간 햄버거 오찬과 도쿄 철판구이집에서의 와규 만찬을 준비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려을 위해 골프회동을 마련하고 세계랭킹 4위의 프로골퍼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를 라운딩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일본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에게 거침없이 무역적자를 꼬집고, 대일 자동차 수출과 군사장비 수출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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