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체제 때보다 협상 여지 줄어 ‘부담’
“4당체제보다 3당체제가 더 힘들 것이다.”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고, 교섭단체 4당체제가 3당체제로 재편된 데에 따른 한 청와대 관계자의 전망이다. 여소야대 구도는 변함없는데, 판을 흔들 ‘변수’는 줄었다. 국민의당이 사실상 유일한 캐스팅보트가 된 것도, 자유한국당이 의석 수를 불린 것도 청와대로선 내심 부담이다.
바른정당 의원 8명의 동반 탈당으로 바른정당 의석 수는 20석에서 12석으로 줄었다. 자유한국당은 107석에서 115석으로 늘었다. 이제 국회는 민주당(121석)ㆍ자유한국당(115석)ㆍ국민의당(40석) 등 3당체제가 됐다. 여기에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13일 전당대회 이후 탈당을 예고한 상태고, 남은 11명 가운데 일부도 추가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여의도 정가에선 오는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후추가 탈당이 나올 경우 한국당의 의석수가 최대 122석까지 늘어나 원내 제1당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차피 여소야대를 돌파하는 건 힘든 일이다. 4당체제에선 그래도 바른정당, 국민의당 입장까지 서로들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협상 여지가 있었다면, 3당체제에선 그 여지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회선진화법을 반영하면 그 차이는 좀 더 명확해진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에서 정당 간 합의되지 않는 쟁점법안을 신속처리하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기존엔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합치면 181석이었다.
즉, 정부ㆍ여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의지지만 확보하면 자유한국당 반대를 돌파할 기반이 구축됐다. 지금은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합치면 173석이다. 정의당(6석)까지 더해도 179석으로 180석에 못 미친다.
국민의당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것도 청와대로선 부담일 수 있다. 분당ㆍ창당의 정치사로 얽힌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ㆍ여당과 호남 적통 경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야권 선명성을 부각시켜야만 한다. 또, 캐스팅보트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쉽사리 정부ㆍ여당 손을 들어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현실은 한층 더 혹독해졌지만, 그렇다고 일손이 줄어들 것 같진 않다. 청와대는 지금까지도 4당이 아닌 5당체제를 유지해왔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5당체제의 업무 범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냉정히 말하면, 일은 일대로 똑같은데 실속은 예전보다 더 떨어지게 된 셈이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