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국가 부도위기 눈앞…베네수엘라 ‘포퓰리즘’의 비극
뉴스종합| 2017-11-15 11:20
S&P ‘선택적 디폴트’ 로 등급 하향
최저임금 인상 등 선심정책 여전


한때 중남미를 호령했던 석유부국 베네수엘라가 국가부도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임 정권부터 이어진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과 국제유가 폭락 등 총체적 위기가 불러온 비극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ㆍSelective Default)’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각각 2019년, 2024년 만기인 채권의 이자 2억 달러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종전 ‘극단적 투기(CC)’에서 두 단계 하향한 것이라고 S&P는 설명했다.

‘선택적 디폴트’는 채무 일부에서 부도가 발생했으나 다른 채권에서는 지속적 상환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상황에 따라 ‘지급불능(Dㆍdefault)’ 단계로 강등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을 ‘시간문제’로 보고있다. 베네수엘라의 해외 총부채는 1500억 달러(약 167조30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추산했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외환은 100억 달러 수준이다. 자칫 역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13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차베스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을 계승하다 경제를 망쳤다. 여기에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날개없는 추락이 시작됐다.

차베스 집권 당시 석유값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정부 곳간을 채웠다. 정부 지출도 자연스럽게 늘기 시작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2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마두로 정부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대외부채를 늘려가며 초과 지출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원유 생산량은 지난 28년 간 꾸준히 감소했다. 석유수출국기구(OECD)의 10월 통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95만 배럴을 기록했다. 하루 2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진 건 1989년 이후 처음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경제가 위기에 처했고 사회주의 정부가 대외채무를 갚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물가는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베네수엘라 국민을 이중고에 빠트렸다.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70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내년 인플레이션을 2300%까지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부채를 포함해 채권기금을 감독하는 로위 프라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클 코넬리우스는 “채권 보유국들은 다른 무엇보다 정권 차원에서 위험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난의 책임을 국제 금융기관과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의 금융제재 때문에 새 자금 조달 길이 막혔다”며 해외 채무재조정을 요구했다. 미국은 지난 8월 베네수엘라 정부가 친정부 인사로 이뤄진 제헌의회를 구성한 직후, 미 금융권에 베네수엘라 정부 및 국영기업과 채권 거래를 못하도록 금융제재를 가했다.

이 와중에 마두로 정권은 선심성 복지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달 초 최저임금과 은퇴연금을 각각 30% 인상하고, 저소득층 400만 가구에 특별 성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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