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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르포]“지진 순간 물기둥이 치솟았다”…바람소리에도 놀라는 포항시민들
뉴스종합| 2017-11-17 11:11
[헤럴드경제(포항)=김병진 기자] 포항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16일 오전 9시 2분께 기자가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시가지를 취재하는 순간 또 지축이 요동쳤다.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한 것이다. 연이어 기상청의 긴급재난 문자가 들어왔다. 거리를 뛰쳐나온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 봐야 했다.

“바짝 마른 들판에서 물기둥이 치솟았다”=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앞뜰에서 만난 주민들은 15일 오후 일어난 지진에 관해 묻자 “논 구석구석을 봐라. 물이 올라온 물구멍이다. 물기둥이 하늘로 1~2m 치솟았다. 2~3분간 계속됐다”고 전했다.

남한수(73)씨는 “말도 꺼내지 마라. 세상에 이런 난리는 없었다”며 “지난 밤에도 계속 땅이 흔들렸고 오늘도 흔들리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권광섭(62)씨는 “지진이 일어날 당시 눈에서 벼 짚을 모으는 일을 했다”며 “이제는 일도 못한다. 바짝 마른 들판이 전신에 물바다가 됐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70대 한 여성 주민은 “바람 소리가 들려도 지진인 줄 알고 깜짝 깜짝 놀란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손발이 떨린다”고 몸서리를 쳤다. 망천리 들판은 시멘트 길이 갈라지고 전봇대 전선이 처지는 등 엉망 그 자체였다.

[사진설명=지진으로 파손된 흥해읍 대성아파트 모습.사진=김병진기자]

포항지진 진앙지 찾았다…‘흥해읍 망천리 앞뜰’= 경북 포항 지진의 진앙지가 ‘흥해읍 망천리 앞뜰’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들과 이야기 나눈 곳에서 조금 먼듯한 거리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성 거렸다.

이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신분을 밝히자 이내 자신들의 일만 묵묵히 했다.

누군가가 “언론에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왔느냐. 정보가 빠르다“며 “이곳이 이번 포항 지진의 진앙지 주변”이라고 전했다.이들은 행정안정부 의뢰를 받아 25년 계획을 해서 5년 단위로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하고 지진재해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경상대, 부산대, 강원대, 지질자원 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기상청이 발표한 포항 지진의 진앙지 좌표가 이곳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강희철 연구원(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지질환경과학과 지질재해연구소)은 “여기(논바닥)를 보면 알겠지만 모래화산 등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포항지진으로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인 시민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김병진기자]

을씬년스러운 한동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이낙연 국무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큰 피해가 발생한 한동대를 찾았다.

한동대는 생기를 잃었다. 교정에 어지럽게 나딩구는 벽돌 등 잔해들과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만이 어제의 참상을 알려줄 뿐이다.

생명과학부 4학년 강석원 학생은 “15일 지진이 발생할 당시 느헤미아 건물 3층에 있었다”며 “정신없이 뛰어 나왔다. 그때를 생각하면 당황스럽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월요일 개강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강의실이 다 허물어져 수업을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요한(기업은행 포항지점 한동대출장소 계장)씨는 “오늘 공사 상황을 보기 위해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며 “내일부터 잠정폐쇄가 되며 향후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영업유무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한동대 모습. 사진=김병진기자]

이재민 대피소 흥해실내체육관 ‘컨트럴 타워 부재’=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허순례(63·여)씨는 “체육관이 너무 너무 춥다”며 “이불이 더 필요하고 먹을 것도 필요하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유승아(흥해초등학교·2학년)양은 “선생님이 다녀갔지만 학교를 가지 못해서 속상하다”며 “지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내자(75·여)씨는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잠 잘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컨트럴 타워 부재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 저기서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 포항시민들을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는 한창화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대성아파트 등 출입이 통제된 주민과 출입이 자유로운 주민간의 구분이 있어야 한다”며 “출입이 통제된 주민들은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흥해읍 등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지진 피해를 입은 흥해초등학교 모습.사진=김병진기자]

피난나서는 흥해읍 주민들=이번 포항 지진으로 많은 흥해읍 사람들이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렸으며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날 오후 대성아파트 주민 김모씨 등 3자매는 황급히 방안 내에서 옷 등 기본 가제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기자가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김씨는 “친정으로 가기 위해 피난 보따리를 꾸렸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흥해초등학교 건물도 수많은 부분이 부서지고 떨어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 곳 운동장에는 해병대가 지진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상주,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흥해읍 상가 건물 등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한 상인은 “건물 붕괴 조짐이 있어 상가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가슴이 벌렁 벌렁 거리고 한 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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