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재해
“잊지 않겠습니다”…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오늘 발인
뉴스종합| 2017-11-20 09:13
-유가족들 “이제는 가슴에 묻을게요” 마지막 인사
-안산 제일장례식장, 아산병원 등에서 발인 엄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3년여 간의 수색에도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의 발인식이 20일 열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남현철ㆍ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ㆍ권혁규 부자 등 5명은 이날 발인을 마친 뒤 수원연화장 등을 거쳐 안치됐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1314일, 선체가 육지로 인양된 지 223일 만이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다니던 남현철ㆍ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의 발인은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동료ㆍ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스승과 제자들은 유골 조각이라도 찾고 싶은 가족들의 바람에 끝내 응답하지 못했다. 유해가 담기지 못한 관은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 등 유품들로 대신 채워졌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학교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발인은 양승진 교사, 박영인 군, 남현철 군 순으로 진행됐다. 부축을 받으며 영정을 따라 운구 차량으로 간 양승진 교사의 아내는 관이 차량에 실리는 내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발인 전 청심환을 먹으며 마음을 추스르던 박영인 군의 가족들은 영정을 보며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삼키다 운구 차량 문이 닫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남현철 군의 부모는 기력이 다한 듯 지친 표정으로 손을 잡고 서로를 부축하며 아들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오전 6시께 발인을 마친 유가족들은 6시30분께 안산 단원고등학교와 안산시청 등에서 노제를 지냈다. 유가족들은 영정을 들고 생전의 자취가 남은 학교 교무실과 두 학생이 공부하던 2학년 6반 교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유가족들은 노제를 마친 후 경기 수원에 위치한 연화장에서 유품을 담은 관을 화장하고 평택 서호공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같은 시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고(故) 권재근ㆍ혁규군 부자(父子)의 발인이 치러졌다. 빈소에는 부인 故 한윤지씨의 영정도 함께 놓였다. 권 씨 가족은 세월호 참사 당시 감귤농사를 지으러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이었다. 혁규 군의 여동생 지연양만 홀로 남았다. 권 씨 부자의 관은 화장 절차를 거쳐 장지인 인천시 부평동 인천가족공원 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에서도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고 권재근씨와 혁규군 부자의 발인식이 열린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들의 옷가지를 담은 관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앞서 지난 16일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라남도 목포 신항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신항만을 떠날 것을 밝혔다.

한편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오는 24일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월호 참사 관련한 특조위를 구성하고 최대 3년간 조사를 할 수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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