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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 꽃의 파격으로 날아오른 ‘돼지물고기’, 조화로움을 끌어안고 생활도자로 내려앉다…이태윤 작가
헤럴드경제| 2017-11-21 17:44

[헤럴드 경제]기복과 권능을 상징하는 동양의 4방위신, 서양의 키마이라나 인어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동물과 달리, 어떤 상상동물은 기존의 동물들이 지닌 좋은 상징끼리 결합해 예술가의 창조동기를 고취시키기도 한다. 도예가 이태윤 작가는 건강과 부를 상징하는 돼지의 머리와, 구휼과 출세를 상징하는 물고기의 꼬리를 달고 태어난 ‘돼지물고기’를 창조한 시점부터, 분청도자분야의 이종융합라는 꿈을 여러 번 이뤄냈다고 한다. 

현대의 도예가 전통도자분야인 다기 분야와 접점을 갖게 되면서, 작가들은 대부분 정통적인 예술 노하우,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인 사이에서 본래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작가 또한 소재와 아이디어의 합일이라는 각고의 노력을 거쳐, 입체회화와 판화를 도자의 표면에 접목한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처럼 접목과 변형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도예의 표면장식 기법인 분청도자에서 조화기법과 상감기법을 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 작가는 우연히 둘을 접목하면서 바탕에는 점상감을 하고, 그 위에 다시 분을 발라 선조화를 그어내 새로운 느낌의 ‘조화상감분청장식’ 기법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돼지와 물고기의 전체적인 오브제는 아이의 동물 그림에서 착안했는데, 이 작가는 깊은 팔공산 속에 차린 개인 작업장에서 다기를 만드는 동안 돼지물고기의 다채로운 문양을 생각하게 된다. 벚꽃이 만개하고 소나기가 내리며 흰 설경으로 가득한 사계절을 보낸 이 작가는 점차 꽃과 점묘로 가득한 다양한 형상의 무늬들을 떠올린 것이다. 그동안 다기, 도자벽화 등 새로운 시도 속에서 개인전 15회를 비롯해 수많은 도예전을 거친 이 작가는 다산과 출세, 부를 포괄하는 입신양명의 의미를 담은 이 입체작업을 2015년부터 총 3회에 걸쳐 소개하며 작가인생의 제 2막을 열었다고 한다. 이후 이 작가는 <돼지물고기, 조화상감 분청을 입다>전시에서 새로운 기법과 문양으로 장식한 돼지물고기의 면면을 보여주었으며, 12지의 동물이야기를 주제로 한 <돼지물고기, 상상속 동물이야기>에서는 뿔, 비늘, 벼슬을 달고 변형된 돼지의 형상을, 뒤를 이은 <돼지물고기, 분청 꽃을 입다>에서는 더욱 입체적인 형상 속에 꽃문양을 조화시킨 현대적인 오브제들을 선보였다. 

또한 이 작가는 도자기의 본분이 그릇에서 출발하는 공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네 번째 시도는 <돼지물고기, 그릇에 앉다(가제)>가 될 것이며 돼지물고기의 이러한 긍정적인 속성을 그릇에도 이입시킬 것을 예고했다. 전공인 분청도자 분야에서도 조화상감분청기법을 적용시켜 ‘2016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가는 미술이나 도예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돼지물고기’와 ‘조화상감분청’이라는 2가지 키워드로 오래 기억될 예술가를 지향하는 한편, 다기와 벽화의 현대적인 도예감각,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상징하는 돼지물고기를 통해 창조와 실용성을 갖춘 작품들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작가는 돼지물고기 작품들을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체험 행사를 통해 흙과 유약과 온도의 조화로 이뤄내는 도예의 과학적인 이치를 관객들 앞에서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경험을 전하며, 앞으로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중적인 장식 및 생활용품들에 널리 적용시키고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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