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놓고 호구조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이경규가 출연자에게 어린 딸이 있는 밥상 자리에서 “은행 대출이 좀 껴 있습니까”라고 물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천호동 방문에서는 40대의 아들에게 직업과 결혼 문제를 계속 언급했다. 22일 방송된 양재동에서는 민감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적인 내용들이 다뤄졌다.
모든 호구조사형 질문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자기 드러내기와 타인 삶 엿보기의 취향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잣대로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질문이 어떤 사람에게는 실례 또는 민폐가 될 수 있다. “형제가 몇이냐”라고 묻는 것도 호구조사다. 이런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일반인 출연자가 원하지 않는 질문에 말을 안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될 때다. 이 경우는 출연자가 “노 코멘트”나 “사생활(프라이버시)”이라고 확실하게 밝히며 말을 안할 수 있는 권한과 자유를 누려야 한다. 출연자가 답하기 싫다는 의사를 밝히면 되지만, 방송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인이 능숙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경규와 강호동은 가급적이면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 인생에 관한 질문들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끼줍쇼’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일반 가정의 따뜻하고 소박한 인간미를 통한 공감에 있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안한 일이 없지만 40년 넘게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고있다는 두 아주머니와 일찍 결혼해 아들을 둔 두 20대 새댁의 동병상련 우정 이야기는 공감을 넘어 부럽기까지 했다.
이런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한끼줍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끼줍쇼’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포맷이 자칫 민폐방송의 틀을 지니고 있어, 방문하는 집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해도 조금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