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위치정보 무단수집’ 구글 제재 어떻게 되나
뉴스종합| 2017-11-30 09:57
- 제재 쉽지 않은 외국계 기업, ‘솜방망이’ 우려
- 위치정보법 과징금 규정 없어…형사 처분만 가능
- 과징금 규정 신설해도 금액↓…실효성 낮아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근 우리 당국이 진상규명에 나서면서 제재 가능성과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동안 외국계 기업 특성상 조사, 제재 등이 원활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역시 ‘솜방망이’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위치정보법은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위치 데이터를 수집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처분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의 무단 수집 행위를 규명하더라도 과징금 등 행정제재가 아닌 검찰 고발로 수사 의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구글은 사용자 동의 없이 올해 1∼11월 안드로이드폰의 기지국 정보(셀 ID 코드)를 수집해 본사로 전송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셀 ID 코드란 스마트폰이 통화를 위해 교신하는 인근 이동통신 기지국을 알려주는 정보다. 이를 조합하면 사용자가 어디 있는지를 반경 수백m 수준으로 추적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23일 구글코리아 관계자를 불러 관련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구글코리아는 “안드로이드폰 운영체제(OS)의 기능 개선 때문에 셀 ID 코드를 전송했지만, 실제 정보를 활용한 적은 없고 데이터 저장도 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구글을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한국 밖에 주요 전산 설비와 핵심 결정권자들이 있는 외국계 IT 기업을 수사, 기소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 검찰은 2011년 구글 본사가 한국에서 사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만들며 시민 수십만명의 통신 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2012년 2월 ‘기소중지’로 사건을 흐지부지 끝냈다. 구글 본사 개발자 등 미국에 있는 주요 관련자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방통위가 2014년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실을 근거로 구글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현 위치정보법은 과징금 규정이 없다. 방통위는 위치정보법에 과징금 규정 신설을 추진 중이긴 하나, 개정안은 최근에야 법제처 심사가 끝난 상태다. 이후 국회 제출, 본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과징금 규정이 도입돼도 실효성 우려는 여전하다. 방통위의 과징금은 무단 수집한 위치정보와 연관된 ‘세부 사업 매출(관련 매출액)의 몇 %’ 식으로 정하기 때문에 금액이 턱없이 작아질 공산이 크다.

2014년 구글 과징금 부과 당시에도 구글이 ‘스트리트뷰는 신사업이라 매출이 없다’고 주장해 금액 산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확정된 2억1000여만원 과징금은 연매출 90조원이 넘는 초거대 IT 기업인 구글로서는 ‘푼돈’에 불과했다.

방통위는 이번 건에 대해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만큼, 국가 간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이나 위치정보법에는 서버나 본사의 위치 등에 대한 제한은 없으며, 실제 불법 행위를 누가 했는지를 보고 제재나 처벌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2014년에도 이미 처벌한 선례가 있어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처벌하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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