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승계 프로그램 형식적
현직 회장 영향력 과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최흥식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크다며 연임 과정에 대해 밀도있게 검사를 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13일 서울 모처에서 언론사 경제ㆍ금융부장들과의 조찬 간담회를 갖고 “올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 대해 검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CEO 승계 프로그램에 문제점을 발견했다”라며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이 매우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는 데 현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객관적인 기준이 미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승계 프로그램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의 이 같은 지적은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지적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너무 현직이 자기가 계속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입장은 최근 연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최 원장은 “어느 지주사라고 할것 없이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저해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라며 “어떤 특정 개인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또 “현직 CEO가 회추위에 빠져있어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사외이사진을 주축으로 현 경영진을 견제하고 사외이사들이 후보를 선정하는 프로세스(과정)를 가져가야 하는데, 평가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검사에) 들어간 몇 개 지주사 사외이사들에게 금감원 임원이 가서 어떤 상황인지 설명도 했는데, 이 수준 갖고는 안 되겠다”며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문제점이 뭐고, 어떻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CEO 선임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은 ‘관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지배구조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리스크가 지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마지막으로 “어느 특정한 지주사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점검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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