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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기름된 드라이비트, 안전ㆍ품질관리 허점…리모델링ㆍ빌라 ‘위험’
부동산| 2017-12-22 10:53
“불 붙으면 삽시간에 번지고 독성가스 뿜어내”
가연성 단열재ㆍ페인트 화재에 취약
규제강화 이전 건물이 문제…단속 실효성 의문

[헤럴드경제=부동산팀] ‘드라이비트(Drivit)’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외단열(外斷熱)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에 관심이 쏠린다. 건축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미비한 전수조사와 일부 현장의 편법 시공을 지적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크다.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당시 논란이 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스티로폼을 덧대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이다. 시공이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스티로폼을 사용해 화재 안전성에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값싼 시공비용과 스티로폼으로 이뤄진 ‘드라이비트 공법’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건축법이 강화됐지만, 이전에 지어져 기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22일 오전 대형 참사를 빚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대형화재의 층별 사망자 수습 상황이 공개됐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공개한 현황판. [사진제공=연합뉴스]

22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드라이비트는 단열재를 외부에 붙이고 그 위에 매쉬를 부착해 페인트 종류의 도료를 바르는 공법”이라며 “단열재가 가연성 제품이고 페인트가 석유화합물로 구성되면 불이 붙었을 때 빠르게 확산되고 독성가스를 뿜어낸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드라이비트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무기질 도료를 개발해서 부착하는데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 안전성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내구성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지어진 지 10년 이상 지나면 페인트 도료가 일부 떨어지고 비바람에 의해 침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건축법 개정과 정부의 현장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지만,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이전에 지어져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단열재의 난연성능을 포함한 건축자재에 대한 대책이 강화됐지만, 앞서 지어진 건축물의 안전상태를 낱낱이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관리감독이 허술한 일부 현장에서 여전히 안전성능이 불완전한 단열재를 쓰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건물이 손상된 모습. 부실공사로 인한 접착 불량은 단열효과를 낮추고 누수 가능성을 높인다. [사진출처=드라이비트 홈페이지]

외단열 마감을 선호하는 리모델링 현장과 저층 공동주택이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는 내단열(內斷熱)이 주를 이루지만, 리모델링 현장과 빌라 등은 변형이 자유로운 외단열을 선호한다”면서 “외단열이 건축 원론상으로 보면 건물이 외투를 입은 형태라 추위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필로티 구조’의 취약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필로티에 적용된 단열재의 재질이 쉽게 불이 붙느냐의 문제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최근 공동주택에는 필로티 상부를 준불연재로 하게 돼 있지만, 알루미늄 패널에 불이 붙어 확산된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기준도 강화됐다”고 했다.

건축물 외벽마감재의 편법 시공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자유한국당) 의원은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받은 자료를 활용해 “외벽마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PF(Phenolic Foam) 단열재의 성능이 면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드라이비트 외에도 다른 단열재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정부는 현장밀착형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날 발표한 ‘건축물 단열재 시공ㆍ관리 실태에 대한 안전감찰 결과와 부실시공 방지대책’에 따라 불량 단열재 단속과 건축법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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