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재미있는 화학이야기]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화학
뉴스종합| 2017-12-24 10:55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화학은 물질의 합성·분석·구조·성질 등을 규명하고 물질 상호 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물질현상의 상호관계를 밝혀서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내고 이 같은 원리를 체계화해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헤럴드경제는 쉽고 재미있는 화학이야기를 게재, 화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편집자 註



호흡기로 감염,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의 유례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발병하고,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대재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숨 건 사투가 시작된다.

위 사례는 지난 2013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감기’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재난을 소재로 삼았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는 질병들은 감기를 비롯해 에이즈, 신종플루, 조류독감, 구제역, 사스, 뇌수막염, 일본뇌염 등 형태가 다양하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백신 개발로 소아마비, 천연두, 홍역 등 일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은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나 감기의 주 원인인 라이노 바이러스 등 수 많은 바이러스들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와 에볼라, 지카바이러스까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대한 확산의 두려움은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은 상태다.

(사진) 화학연구원 김봉진 박사가 신약후보물질의 효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제공=한국화학연구원]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항생제나 항진균제보다 까다롭고 역사도 훨씬 짧다. 영양분만 있으면 증식할 수 있는 세균이나 곰팡이와 달리 바이러스는 증식을 위한 숙주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숙주에 손상을 주지 않고 바이러스 증식만 저해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에이즈 바이러스 출현 이후 선택적으로 바이러스의 증식만을 저해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표적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제 개발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원천기술개발 노력이 진행중이다.

화학연 김봉진 박사팀은 새로운 에이즈 치료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이 물질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부위를 새로운 타깃으로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기존 치료제들의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했다. 실험실 내 세포 실험과 동물을 이용한 약물동력학, 초기 독성 연구 등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김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바이러스 연구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면서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더라도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험방법을 도입하면서 다른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에이즈에서 신종 RNA바이러스, B형 간염 치료제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 역시 세계적인 경제 및 환경변화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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