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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열흘 ①] 수액ㆍ주사제…점점 커지는 ‘의료 과실’ 가능성
라이프| 2017-12-27 10:01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신생아들 이어 주사제서도 발견
-사망 원인 윤곽 잡혀가…“수액보다 의료진 사고 가능성”
-세균 감염 무게…‘같은 주사맞은 1명 생존’ 설명 등 과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4명 사망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 지 27일로 정확히 열흘이 됐다. 그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사망 원인도 서서히 윤곽이 잡히고 있다. 보건당국이 관련 검사를 통해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의료 과실 가능성이 커졌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져야 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투여된 주사제에서 균이 검출된 것은 물론 인큐베이터, 모포 등에서 로타 바이러스까지 나오면서 이대목동병원은 사망 원인과 관계없이 관리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에게 나온 균이 이들이 맞은 주사제에서도 검출되면서 의료 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들이 서울 양천구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경찰이 진행 중인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질병관리본부와 복수의 관련 진료과 전문의 등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들은 모두 중심 정맥을 통해 지질 영양 주사제를 투여받았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질본은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들의 혈액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이들에게 지방산ㆍ열량을 공급하기 위해 투여된 지질 영양 주사제에서도 검출됐기 때문이다.

질본은 수액 자체의 오염보다 의료진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형민 질본 의료감염관리과장은 “추정하자면 약제부에서 환경보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투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에)무게를 두고 조사와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질본 관계자는 “수액 자체의 오염 가능성은 작게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신생아 사망 초기부터 제기된 의료 과실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의료계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4명이 사망한 초유의 사건에 대해 원인을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세균 감염과 의료 과실 가능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앞선 검사 결과에서 사망한 환아 3명에게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발표되자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렸다.

앞서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내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주사제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수액을 제조하거나 약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들어갔을 수도, 주삿바늘이나 카테터(수액을 넣거나 혹은 기관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는 관)가 오염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생아들이 맞은 주사제에서도 동일한 균이 검출됐다는 질본의 발표에 의료 과실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주사제는 전체 입원 환아 16명 중 5명에 투여돼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질본 발표 전 “(숨진)신생아들이 같은 중환자실에 있었다면, 같은 증상을 보였다면 일종의 허브(hub)를 통해 같은 수액을 공급받았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다만 주사제 오염과 감염이 신생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같은 수액을 투여받은 신생아 1명이 아직 생존해 있다는 점도 주사제 오염과 세균 감염으로 신생아들의 사인으로 단정하기 애매한 대목 중 하나다. 질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행 중인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 사망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한 신생아 12명 중 9명의 신생아와 신생아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모포 등에서 로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도 문제다. 이는 병원의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신생아 9명 중 8명에게 동일한 유전형의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돼 사실상 같은 감염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명은 현재 분석 중이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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