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편의점 알바의 눈물①] 술 서빙에 닭 튀겨도…여전히 최저임금 ‘만능 알바’
뉴스종합| 2017-12-30 10:01
-할 일 늘어나도 시급은 최저임금

-주휴수당 달라 요구하면 해고 통보

-지방은 아직 시급 4000원도 존재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편의점 아르바이트 6개월 차인 A 씨는 오늘도 수십가지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상품을 나르고 유통기한 순으로 진열하는 기본 업무만으로도 삭신이 쑤시지만 올 겨울엔 호빵 기계도 돌리고 어묵도 삶아야 한다. 지난 여름엔 얼음컵 수 천개를 날랐고 수시로 치킨도 튀긴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이미 한잔 거하게 걸친 채로 편의점을 찾는 취객도 늘었다. 술 가져오라며 호통치는 손님과 실랑이할 때마다 술집 서빙을 하는건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수 십가지 업무를 담당하는 맥가이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급은 언제나 최저임금이다. 그나마도 30원 오른 게 6500원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 2년차, A 씨는 어딜가도 6500원 이상 받지 못했다. 
[사진=직접 튀긴 치킨을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편의점이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해야 할 업무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임금과 처우는 제자리 걸음 상태다.

서울시가 알바천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함께 지난 2016년 3분기 알바천국에 등록된 채용공고 107개 업종, 31만여 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편의점의 평균 시급은 6277원으로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인 6756원에 비해 479원 적다. 2016년 법정 최저임금 6030원보다는 247원 높을 뿐이다.

시급조차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주휴수당은 언감생심이다.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세군데서 해봤다는 유모(25) 씨는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폐기 먹으라고 말해놓고 나중에 왜 맘대로 먹냐고 따지듯이 몰아부쳐서 등떠밀려 그만 둔 경우도 봤다”고 말한다.

서울에 비해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방은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아르바이트 시급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곳이 많다. 심한 곳은 시급이 아직도 4000원대”라는 증언이 이어진다.

반면 일부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지금 시급만으로도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59) 씨는 “야간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면 본사에 주고 남는 돈이 200만원이 안 돼 지금도 밤에 직접 일하고 있다”며 “주위에 널린 게 편의점이라 매출도 높지 않다. 법대로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드물게 주휴수당을 주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법으로 규정된 수당을 받는다는 사실을 “단지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알바노조 회원 김광석(35) 씨는 “지금 일하는 편의점 사장님은 네살 때 아르헨티나로 가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다 온 분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주휴수당을 받았다”고 말한다.

김 씨에게 편의점은 떠나고 싶은 공간이었다. 김 씨는 “시급이 적어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는 이유는 틈틈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꿈은 소설가다. 그는 “3년 안에 꿈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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