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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탄생 30년⑥] 강남스타일...유행 넘어 계급이 되다
부동산| 2018-01-04 08:56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최정점
배타성↑...내부분열도 진행 중

‘테남’ 대치ㆍ도곡ㆍ개포...성골
‘테북’ 반포ㆍ압구정ㆍ청담...진골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강남은 아파트 문화의 선구자이고 욕망의 용광로이자 구별짓기의 아성이다. 한국의 초고속 성장을 온몸으로 드라마틱하게 웅변하는 지역이다. 강남이 가장 한국적이다. 아니, 강남이 한국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란 책에서 이같이 썼다. 강남은 강한 서열의식과 경쟁심리, 모방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국형 자본주의 욕망의 최종착점이며, 계급투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구나 진입을 꿈꾸는 곳이라는 분석이다. 강남에 산다는 것이 경쟁에서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훈장이 돼버린 것이다.

이는 강남 주거에 대한 두터운 수요가 방증한다. 시장에서는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 주민 상당수가 강남 진입 대기 수요라고 분류한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주거 수요자들이 강남에 입성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서열화된다.

[사진=올림픽대로 상공에서 바라본 강남 전경(네이버 항공뷰)]

어렵사리 강남 입성에 성공했다 해도 강남 내부에서의 구별짓기가 또 다시 시작된다. 누가 성골이고, 진골이며, 6두품인지 가르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몇해전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발표한 ‘강남의 심상규모와 경계짓기의 논리’라는 논문에서는 이와 관련한 재밌는 설문을 했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지도를 나눠주고 ‘당신이 강남이라고 생각하는 동’들을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응답자 중 소위 ‘강남 3구’라 불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전체를 강남이라고 인정한 사람은 183명 중에 8명에 불과했다. 90% 이상의 응답자에게서 강남으로 인정받은 곳은 역삼ㆍ삼성ㆍ논현ㆍ대치ㆍ압구정ㆍ청담ㆍ신사ㆍ서초동 등 소수에 불과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수준이나 주민 구성 등을 봤을 때 ‘강남 4구’(강남 3구+강동구)를 하나로 묶는 것은 무리가 많고, 송파구도 잠실 주변을 제외하면 함께 묶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한때 송파구에서는 강남 주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잠실’ 브랜드 달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2010년에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하철 2호선 ‘성내역’이 ‘잠실나루역’으로 개명했다. 강동구 성내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5년 뒤에는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값 때문인지 주변 집값이 많이 뛰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강남구에서도 비슷한 일은 흔히 발견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강남을 테헤란로를 따라 북쪽의 ‘테북’과 남쪽의 ‘테남’으로 가른다. 테북의 압구정ㆍ청담동이 성골이라면 테남의 대치ㆍ도곡ㆍ개포동은 진골로 분류한다.

앞서 언급한 논문의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O씨는 이러한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이 동네(압구정ㆍ청담ㆍ삼성동)는 집값이 비싸서 젊은이들이 못 와. 그러니까 집값 싸고 평수 작은 은마, 대치로 가서 그쪽이 발전한 거지. 같은 강남이어도 틀리지. 분위기도 그렇고 수준도 그렇고… 잠실 백화점은 물건도 질이 틀리다니까. 어디 시장물건 같은 것만 갖다 놓잖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부동산 시장을 이대로 방치해 ‘그들만의 세상’으로 남겨놓을 경우 사회 통합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강남 부촌에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도록 해 ‘소셜 믹스’(여러 세대와 계층이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정책)를 노리는 것도 그러한 문제의 해법 중 하나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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