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곽상도 “박종철 사건, 보수정부에서 밝혔다” 주장, 사실일까?
뉴스종합| 2018-01-09 00:34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중구남구)이 ‘박종철 사건’에 대해 “보수 정부에서 밝힌 것”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누리꾼들 다수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곽상도 의원은 8일 대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신년인사회에서 “저희들 새로운 희망으로 좋은 결실을 맺자 하는 신년이 되어야 하는데 대통령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그거 보고 울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여러분 그거 누가 밝혔습니까? 보수 정부에서 밝힌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그러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시간적 배경이 당시 전두환 군부 보수정권일 뿐  이를 밝혀낸 것이 당시 보수정부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하던 중 사망하게 한 장본인이 당시 정부의 수사관들이었고, 이런 사실을 밝혀낸 것이 언론과 수많은 양심적 의인들이었다는 것이다.

박종철 사건은 1987년 1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군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고 박종철군이 모진 고문 끝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 사건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이던 그 해, 시민들이 차기 대통령 선거 직선제 등 민주적 성취를 이뤄내는 기폭제가 됐다.

이 사건의 시작은 언론 보도였다. 언론 보도 이후 조사관 2명이 구속됐지만, 실은 축소 왜곡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런 사실은 당시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재야 인사들이 밝혀냈다.

지난 2009년 발표된 정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범인들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이부영에 의해 축소 사실이 파악되어 명동성당 김승훈 신부에게 전달이 됐다. 그리고 5월 18일에 폭로되었다”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던 이부영 전 의원은 1987년 2월 영등포교도소에서 쓴 메모에서 ”박종철군 건으로 구성된 조-강 건은 완전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 박종철 사건에 연루된 수사관들의 실명까지 메모로 외부에 알렸다.

메모는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김정남씨에게 보내졌고, 이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승훈 신부가 폭로하면서 진실을 갈구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 전달에 있어 결정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 김정남은 전두환 정권 차차기인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일했다. 이를 놓고 ‘보수 정부에서 밝힌 것’이라고 운운하는 것 역시 억지 주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당시 보수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일 뿐이다. 가해 정권이 피해를 규명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셈이다.
soo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