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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금 10억엔 안쓴다… 김복동 할머니 ‘소원’ 이뤄지다
뉴스종합| 2018-01-09 08:09
- 10억엔 안쓰고 정부 예비비로 대신 지급·사용
- 김복동 “10억엔 돌려줘라” 요구에 文 정부 ‘호응’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부가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 체결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출연금 10억엔을 쓰지 않기로 확정했다. 받아둔 돈 10억엔은 모두 예탁된다. 대신 같은 규모의 자금만큼 한국 정부 돈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된다.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선언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일 외교관계 유지 차원이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체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10억엔을 제발 돌려주라’는 소원이 이뤄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 병문안했다. 김 할머니는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사진=청와대]

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합의금으로 일본측이 출연한 자금 10억엔(107억원)을 예탁하는 방안을 확정해 이날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사용된 자금(46억원)은 정부가 예비비로 보전해 107억원을 맞춰 예탁한다. 일본은 10억엔을 위안부 피해자 ‘치유금’ 명목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이를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게는 1억원, 사망자 유족에게는 2000만원씩 지급했다.

그러나 상당수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12·28 합의에 반대하면서 일본측의 치유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이 치유금을 내는 대신 일본측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 조건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낸 10억 엔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정부가 똑같은 액수의 돈을 마련해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탁된 자금의 용처는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중대 대목이었던 출연금 10억엔을 일체 사용치 않기로 하면서 한국 측은 해당 합의 내용을 이행할 의무가 없을을 의미하는 상징적 조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해ㆍ치유 재단은 해체하지 않는다. 재단에 출연된 자금이 모두 예탁되면서 재단의 활동은 중단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재단이 해체될 경우 일본측에 ‘합의 파기’ 비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외교적 판단에서 재단은 형태만 유지키로 했다. 재단 이사진은 모두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문재인 정부는 합의의 파기 또는 재협상을 선언치는 않기로 했다. 과거 정부의 합의라하더라도 ‘국가의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위안부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또다른 외교적 잡음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합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한국이 할 수 있는 일과 일본에 촉구할 수 있는 조치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법을 강구하는 데 원용된 철학은 ‘피해자 중심 원칙’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가 합의한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가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위한 조처였다면, 문재인 정부의 해법은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한 자리에서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 할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이 낸 10억 엔의 위로금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돈(10억엔)부터 우리 정부가 (예산으로) 맞춰갖고 일본에 보내줘야 한다. 돈부터 (일본에) 보내야 큰소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돈 문제는 할머니 마음에 들게 잘 처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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