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타워크레인의 생산연도를 속여 유통한 수입업체 대표 등 1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서울 등촌동에서 이동식 크레인이 전복되는 등 크레인 관련 사고가 빈발하는 가운데, 안전 점검과 직결되는 생산연도를 허위로 기록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건설현장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해외에서 제조ㆍ사용된 중고 타워크레인을 수입하면서 제조연식을 원래보다 앞당겨 허위등록한 혐의(공정증서원본등 부실기재 혐의)로 수입업체 대표 이모(44) 씨와 김모(55) 씨 등 18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제조ㆍ사용된 중고 타워크레인을 수입하면서 제조 연식을 원래보다 5~10년 가량 앞당겨 차량 등록사업소에 허위 등록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타워크레인 연식이 짧을수록 임대료가 올라가고 건설 현장에서도 제조 연식 10년 미만의 타워크레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타워크레인을 수입할 때 제조년원일을 의무적으로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가짜 제조일자를 기록한 수입신고서를 작성한 후, 이를 관할구청에 제출해 최근 연식 기계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타워크레인 132대 역시 모두 현장에 투입돼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박종국 시민안전센터대표는 “그동안 법이 국내 크레인에 대해서만 건설기계관리법상 제조사 증명서가 필요하게 돼 있었다. 허위 기재를 해도 관세청이 처벌할 규정이 없다.
수입 할 때 이 점을 악용한 것 같다”며 “크레인 관련 심사 역시도 현장 심사가 아닌 서면 심사인 경우가 많아 속이기 쉬운 구조다. 계속해서 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인만큼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관련 제도 시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공사 현장에서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 원인이 노후화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라 올해 4월까지 6074대의 타워크레인을 전수 조사해 제작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크레인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 중고 타워크레인 등의 기계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 타워크레인 사고의 26%를 차지한다. 이들 노후 장비가 현장의 작업관리나 안전조치 미흡과 만나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제조일자를 속인 타워크레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