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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임대주택 등록’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뉴스종합| 2018-01-15 11:28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권해온 정부가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그간 임대차 시장에서 세입자는 항상 약자였고, 집주인은 ‘갑’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특히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만연해 있었다. 그 결과 집주인과 세입자는 대립관계였고 집주인은 규제하고 세입자는 우대해야 한다는 사회통념이 이어져 왔다.

이번 대책은 집주인과 세입자를 상생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참으로 의미 있는 변화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집주인을 무조건 규제하지 않는다. 집주인이 가진 여유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등록을 하면 세입자는 4년 또는 8년간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인상도 연 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도 줄어든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주택자와 세입자의 상생이 가능한 이유다.

다주택자는 내년부터 한 채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연 1333만 원까지 임대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등록하지 않으면 800만 원으로 제한된다. 미등록자에 대한 패널티가 있는 셈이다. 당초 내년까지였던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기간도 2021년 말까지로 연장된다. 재산세 감면 대상에 다가구주택도 포함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도 현행 50%에서 70%로 올라간다.

건강보험료도 4년 임대하면 40%, 8년 임대하면 80%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감면 혜택은 8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주워진다. 장기임대 등록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장기임대주택을 늘리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임차인의 권리보호는 강화된다. 전세반환보증 활성화의 일환으로 임대인의 동의절차가 즉각 폐지되고 가입대상 보증금 한도가 상향된다.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 통지기간은 계약만료 1개월 전에서 2개월 전으로 단축된다. 분쟁조정 신청이 있을 땐 피신청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실효성도 강화한다.

임대차시장의 정보인프라 구축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러 기관에 분산됐던 자료들을 연계해 주택보유 및 임대사업 현황을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려는 시도다. 등록 임대사업자 관리를 위한 임대등록시스템도 새로 구축한다. 이를 통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위주로 주택보유 형황과 미등록 임대사업자 정보를 국체청과 건강보험공단 등과 정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정부는 등록 임대주택이 2022년에 200만 호까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등록이 저조할 경우 등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등록전환, 매각, 미등록 유지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다주택자의 몫이다.

저성장 시대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이나 은퇴 이후 생활비 보전을 원하는 다주택자는 등록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등록전환이 기대된다. 그러나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한 갭투자자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가구는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통계가 없어 등록전환이나 매각 물량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일부는 미등록 상태로 사적 임대시장에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부가 임대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통계관리를 강화해 나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주택자가 단기적 이익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위해 등록전환 의사가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지원체계가 충분한지 모니터링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 임대주택 등록에 집중된 인센티브와 매각에 대한 규제, 주택규모와 가격에 따른 차등, 불편한 임대인 행정지원, 복잡한 등록 절차 등으로 임대주택 등록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모니터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반영해 정책을 재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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