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제천 참사’ 한달…‘우울ㆍ불안 호소’ PTSD 환자에게 위로가 필수
라이프| 2018-01-19 13:16
- 포항 지진ㆍ제천 참사 등 각종 재난으로 PTSD 관심 늘어
- 교통사고ㆍ가정폭력 등도 PTSD 원인…수면장애 등 호소
-“주위 위로 필수…극복 어렵다면 심리상담 등 치료 받아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오는 21일이면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정확히 한 달이 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15알에는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2위 규모였던 ‘포항 지진’의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일주일 뒤로 연기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재난은 일단락된 후에도 당사자나 주위 사람에게 큰 후유증을 남긴다. 후유증 중 대표적 질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PTSD 환자는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주위 사람은 환자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지지해 줘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당부했다.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등 각종 재난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PTSD를 앓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수라고 전문의들은 당부한다.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처참한 외형을 드러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PTSD는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은 후 나타나는 일종의 불안장애로, 재난 등을 겪은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최근 ‘포항 지진’ 이후 마이크 진동에도 놀라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PTSD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PTSD 등 정신 질환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에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PTSD는 엄연한 질환인 만큼 그 원인을 환자 개인에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PTSD 같은 정신 질환은 방치할 경우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치료를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은 일생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외상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그 중 대다수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의 심리적ㆍ신체적 기능을 회복한다. 그러나 일부는 외상 사건 경험 후 다양한 형태의 불안장애를 겪게 된다. 이를 PTSD라고 의학계에서는 규정한다.

이 과장은 “PTSD로 인한 불안장애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며 “외상 사건 후 사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경험하게 되는 재경험,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회피, 사건 후 일반적인 반응이 둔화되거나 각성된 증상이 나타나는 과잉 각성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고 했다. 그 밖에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을 겪는 환자도 적지 않다.

PTSD를 야기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쟁 혹은 대형 재난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잇단 대형 재난 이후 PTSD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재난은 직접 피해를 겪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까지 PTSD를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4년 소방방재청(현 소방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 활동 이후 PTSD를 경험한 뒤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은 설문 응답자의 6.33%나 됐다. ​이는 일반인의 PTSD 평생 유병률 1.6%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교통사고, 가정폭력, 질환 등으로 인해 신체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해외의 한 연구 결과에서도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6개월 이내에 PTSD가 발병한 환자는 전체의 21.7%에 달했다. PTSD 진단 환자 중 약 3분의 1이 4년 후에도 증상이 지속 혹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PTSD 등 정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때문에 PTSD 등을 의지 박약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이 과장은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은 개인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며 “환자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PTSD에 대한 치료로는 크게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이 과장은 “상담 치료의 경우 장기간 노출 요법을 통해 환자의 외상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감소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며 “이후 인지 재구성을 통해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이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필요에 따라 환자에게 항우울제, 선별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등이 처방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에서 환자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이겨 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다만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은 환자의 PTSD 증상을 도리어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현대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거나 가까운 가족, 친구에게 일어난 트라우마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확률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 PTSD를 토로하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정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을 벗어나기 어렵거나 수면이나 식욕의 변화, 심한 불안과 죄책감, 절망, 자살 등에 대한 반복적 생각이 드는 특정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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