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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단일팀, 그 과정은 공정했을까
엔터테인먼트| 2018-01-23 11:35
몇달 전 TV에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관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선수 중 이규선 씨는 1970년대 연세대 아이스하키팀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0년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들어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무려 17년간, 인생의 절반을 그는 아이스링크에 바쳤다.

이 씨는 밤에는 대표 선수로 훈련하고, 낮에는 편의점, 고깃집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인생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 당시 허리 부상으로 은퇴한 상태였던 그는 “대표팀 비디오코치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라며 또 다른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 씨를 비롯해 저마다 감동적인 대표팀 선수들의 사연에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감동했다. ‘뭉클했다. 평창올림픽때 열심히 응원해야겠다’, ‘직접 가서 응원하고 싶어 티켓을 샀다’ 등의 시청 소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포털사이트에 줄을 이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던 여자핸드볼 대표팀처럼 ‘제2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대로 떠올랐다. 각종 난관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대표팀의 당당함에 메달 획득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남북 단일팀 구성이라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죽어라고 올림픽을 준비했던 일부 선수가 뛰지 못할 입장이 됐고, 많은 뒷말이 생기며 여론도 갑론을박을 벌이며 아이스하키 대표팀 처지도 곤혹스럽게 됐다. 스포츠에 정치적 변수가 개입되다보니 여러가지로 흐트러진 모습들이 연출된 것이다.

물론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올림픽은 남북화합의 주춧돌이 될 수 있고, 남북 우호적 분위기는 전체적으로는 선(善)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단일팀 추진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불과 20일도 안되는 사이에 사전 조율도 없이, 이해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일방 통보식으로 단일팀이 꾸려진 탓에 ‘대의’는 묻혀지고, ‘소의’만 부각된채 요란한 소음만 내게 된 것이다.

특히 단일팀 논란이 일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세계 랭킹 22위, 북한은 25위”라고 말한 것은 다수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이번 남북 단일팀 뒷말은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케 한다. 내게 정의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에겐 비정의, 내게 비정의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에겐 정의일 수 있다는 그것은 어쩌면 남북 단일팀 이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논란이 낄 틈을 없애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소통을 통한 이해 구하기였을 것이다.

어쨌든 값비싼 희생을 치른 단일팀이 평화라는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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