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혁, 기업 현금보유 능력 확대
밸류에이션ㆍ시장거품 우려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1월 발표된 전 세계 인수ㆍ합병(M&A) 규모가 지난 2000년 ‘닷컴 붐’ 시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현금 보유 여력을 늘렸고, 이는 활발한 M&A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 전 세계에서 나타난 M&A 거래 규모가 2730억달러(약 291조원)로 지난 2000년 닷컴 붐이 정점을 찍은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미국 전력생산회사인 도미니언 에너지의 스카나 인수(146억달러), 프랑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의 미국 바이오베라티브 인수(114억달러), 세계 3대 주류업체인 바카디의 패트론 데킬라 인수(51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사진=오픈애즈] |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제 개혁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데 이어 기업들이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한시적으로 15.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JP모건체이스의 글로벌 M&A 책임자인 크리스 벤트레스카는 FT에 “세제 개혁은 M&A 당사자가 거래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며 “기업들은 해외에 보유한 현금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인수에 드는 자금조달비용은 물론 집행 리스크도 줄였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M&A 바람이 거세다. 영국 멜로즈 인더스트리는 철강기업 GKN을 대상으로 74억파운드(약 11조원)규모 적대적 인수를 추진 중이다. 경영정보업체 인포마는 경쟁자였던 UBM을 43억파운드(약 6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럽 M&A 책임자인 캐달 디지는 “각 기업이 M&A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세제 개혁은 이를 더 명확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치솟은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물론 활발한 M&A의 지속 여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 많은 회사는 여전히 세제 개혁의 실질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국제 경제를 불안하게 할 ‘3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세제 개편이 단기간에는 미국과 주변국들에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아마도 미래에는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자산 가격을 고려할 때 감세는 재정적 취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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