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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4차산업혁명, 명품으로 승부하라
뉴스종합| 2018-01-31 11:16
2018년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 첫달이 훌쩍 지났다. 안팎으로 많은 일이 진행 중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대화창구가 열린 것은 새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올해는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기를 소원해본다.

4차산업혁명은 올해도 우리나라의 주요 국가적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미래 주요 먹거리로 평가받는다. 정부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 위원회를 중심으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특히 포괄적 네거티브제와 규제 샌드박스 등의 규제혁신은 4차산업혁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매우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우리나라 산업에 맞추어서 정리하자면 ICT 기술을 이용하여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나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이 새로운 먹거리이지 어떻게 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주요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4차산업혁명의 허구성을 설파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년 현재 세계적 산업구조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등은 이미 선진국들 사이에서의 기술격차가 거의 없다. 20년 전의 독일과 한국 자동차의 차이와 2018년도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기술격차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기술 발전의 속도는 항상 점차 느려지게 된다. 중국의 기술적 추격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세계 경제의 주축이었던 제조업의 기술격차가 주는데 비하여 새로운 산업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양광을 주축으로 하는 대체에너지 산업이나 전기차나 무인 자동차 등의 차세대 운송시스템도 결국 기존의 에너지원이나 운송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지 새로운 산업의 창출로는 보기 어렵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더딘 이유는 전통적인 물질세계에 대한 과학기술의 진보 속도가 과거에 비하여 느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의 격차가 줄고 새로운 산업이 나오지 않아도 여전히 어떤 기업은 크게 흥하고 어떤 기업은 크게 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도체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애플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이 시장지배자의 위치에 있다.

최근에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과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의 격차가 작은데 어떻게 경쟁자를 제치고 세계를 제패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해답에 4차산업혁명의 정수가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바로 명품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명품 반도체, 애플의 명품 스마트폰, 아마존의 명품 인터넷쇼핑 등의 성공 비결은 남들에게 없는 기술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명품화한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명품화를 위한 기반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사물인터넷이다.

명품은 기술의 고급화뿐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 작지만 의미있는 4차산업혁명의 성공으로 카카오뱅크를 들고 싶다.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중소기업이 수년 내에 새로운 은행의 주인이 되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안착은 동종 업체인 케이뱅크와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53만명 대 435만명, 2017년 11월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숫자이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인 안착의 이유로 선진화된 금융기술이나 IT기술이 보다는 이모티콘 라이언을 뽑고 싶다. 라이언 체크카드를 위해서 수개월씩 기다릴 수 있는 소비자가 카카오뱅크의 가장 무서운 힘이다. 명품에는 디테일이 필요하며, 인터넷은행의 디테일은 라이언이다. 2018년은 금융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명품사회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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