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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국가대표 선수로, 응원단으로…‘모국’ 대한민국 찾는 입양아들
엔터테인먼트| 2018-02-05 09:08
- 박윤정ㆍ이미현 등 해외 입양아들 귀화 출전
- 韓 출신 입양아 20여명도 평창 올림픽 응원차 방한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헤드헌더인 앨라 르벡(Ella LeVequeㆍ31)은 이렇게 말했다. 르벡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인 입양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곧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30여년 전 한국에서 캐나다 오타와로 입양된 입양아였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입양아들이 ‘모국’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자신을 버린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금 귀화해 국가대표 선수로 뛰는가 하면,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푸른색 한반도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윤정(23번) 선수. [사진제공=연합뉴스]

해외로 입양됐다가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박윤정(26ㆍ마리사 브랜트)이다. 1992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박윤정은 생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지난 2016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제안을 받고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그 결과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인 동생 한나 브랜트(25)와 서로 다른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그는 언론을 통해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경기에 나간 모습을 보면 (친어머니가) 만나러 와주실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프리스타일 스키에 출전하는 이미현(23ㆍ재클린 클링)도 199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지만 1살 때 미국에 입양됐다가 지난 2015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선수다. 양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탄 이미현은 지난해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7위에 오른 바 있다. 그 역시 박윤정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이후의 계획에 대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더 지내고 싶고, 친부모님까지 찾게 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선수로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1년부터 대한민국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토비 도슨(40) 감독도 대표적인 귀화 입양아 중 한 명이다. 3살까지 부산의 보육원에서 자란 뒤 1982년 미국의 한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된 도슨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모굴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메달리스트다. 당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이듬해 2월 친부를 찾아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에는 뿐만 아니라 이들 귀화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르벡을 포함한 20여명의 해외 입양아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국제 한국 입양아 서비스의 케지아 박(Keziah Park)은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입양아들을 모아 한국으로 초청해 평창 올림픽 개막식과 경기를 보여줄 계획이다. 입양아들과 박윤정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여자 봅슬레이 대표선수 제이미 그루벨 포서(35)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도 한국인 입양아로 포서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난생 처음 한국을 찾는다.

케지아 박은 “고아로 버려져 떠났던 이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 사회가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선택을 반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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