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평창 동계올림픽 G-3] 北인사 대할때 ‘○○○ 선생’ ‘귀측 윗분’
엔터테인먼트| 2018-02-06 11:41
“김정은은 ‘귀측 윗분’ 또는 ‘위원장’, ‘지도자’ 등으로 지칭”

국내에서 열리는 30년만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북한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정부합동지원단이 지난 2일 ‘북측 인사 접촉 시 유의사항’ 공문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발송하면서다. 해당 공문은 평창에 파견된 공무원과 한국관광공사 직원 등에게 전달됐다.

해당 공문은 대규모 북한 대표단의 한국 방문에 앞선 예방조치다. 지난 1일 북한 선수단이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고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이 7일까지 줄줄이 평창에 도착한다.

A4용지 2장 분량으로 작성된 공문의 주요 내용은 북한 인사를 맞이하는 ‘기본자세’와 ‘접촉 요령’ 등이다.

공문은 북한 인사들을 대하는 ‘기본자세’로 “대한민국과 조직위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남북간 대결의식을 고취하는 주제를 언급하거나 체제문제와 관련한 논쟁을 지양하라”고 언급했다. 북한과의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행을 주의하라는 지시다.

‘접촉 요령’에는 북측인사의 가슴에 달린 체제 상징물에 대해 호칭하지 말고 요구하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문은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부자 배지를 ‘초상’이라 칭하며 ‘심장’에 비견하는 신성한 물건으로 취급한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발언 내용에 대한 사과를 의도적으로 요구할 경우 응대하지말고 상황실에 보고하라는 대처 요령도 실렸다.

유의사항 공문은 북한 대표단의 주요 인사를 함부로 부르는 것을 삼가할 것도 굵은 표시로 강조했다. 공문에 따르면 “우리 대통령은 ‘대통령님’ 또는 “윗분”으로 표현”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귀측 윗분 또는 ‘위원장’, ‘지도자’ 등으로 지칭”해야 한다. “북측 주요 인사 호칭은 ‘○○○ 선생’으로 하되 가급적 언쟁을 삼가라”는 내용도 담겼다.

조직위원회가 이처럼 철벽 수비에 나선 것은 과거 북한이 우리 쪽에서 개최된 국제 경기대회에 응원단을 파견했을 당시 갈등이 발생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방문했던 북한 응원단은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현수막이 비에 젖은 모습을 보고 거세게 항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이 한국이 국제무대에 공개하는 외교 행사인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세계 축제인 올림픽에 초대된 북측 손님에게 발언 하나하나 조심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라며 “특히 여성 예술단을 ‘아가씨’라고 칭하는 등 무례를 범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