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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외길 인생 ‘CEO 꿈’이 현실로, 공기영 사장의 또 다른 야심찬 꿈
뉴스종합| 2018-02-09 07:26
- “계획에 만족하는 것은 내 체질이 아니다”…“아이디어는 충분”
- 해외에서 답을 찾다…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 기대 크지만 선진시장도 적극 공략
- “건설기계도 4차 산업혁명에서 예외 아냐”
- “지속성장하는 강인한 체질 조성…협력사와 동반성장으로 파고 넘겠다”

[대담= 김형곤 산업섹션 에디터] “사장이 되겠습니다.”

젊은 시절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은 결혼에 실패할 뻔 했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현재의 처가를 찾아갔는데 장인의 반대에 부딪혔다. 장인은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른바 ‘초짜 월급쟁이’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공 사장은 호기로운 ‘강수’를 던졌다. 마음 속에 품고 있던 ‘CEO(최고경영자)의 꿈’을 털어놨고, 장인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공 사장은 내부 승진으로 현대건설기계의 대표이사가 된 첫 인물이다.

198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건설장비 분야에서 30년 넘게 한우물만 팠다. 작년 4월 회사가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하며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입사원 시절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는 “30년간 한 우물을 파면서 신입사원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인 CEO가 실제로 됐다”며 “직원들에게도 젊을 시절부터 꿈을 크게 가지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행동양식은 자기의 꿈에 맞춰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CEO의 꿈을 갖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간절하게 회사 생활을 해왔던 거 같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그는 얼굴 표정에서부터 활기가 넘쳐있었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인터뷰를 통해 기업문화를 확 바꿔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과 경영철학, 그리고 향후 전략과 포부를 들어봤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계획에 만족하는 것은 내 체질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꿈꿔왔던 자리에 앉았기에 누구보다 의욕적이다. 야심찬 사업 목표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매출 목표를 3조300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서류상으로는 3조2834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의 사업부문으로 있었던 2년전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업계획을 이같이 공격적으로 짤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년 성과로 인한 자신감이 자리한다.

공 사장은 “재작년에 매출을 2조2000억원 가량 했고, 작년에는 목표를 2조4000억원으로 잡았는데 분사 후 작년 연말에 3조원으로 수정했다”며 “수정 목표에 직원들이 처음에는 거의 패닉 상태였지만 목표액에 근접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시장 상황이 좋았던 것도 영향이 있지만 분사 후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큰 성과를 낸 원동력이 됐다”며 “분사 전과 후 직원들의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올해 목표 역시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기계의 미래를 해외 시장에서 찾고 있다. 국내 건설장비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판단이다. 현재 80% 정도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이유다. 

▶중국·인도 시장 기대, 선진 시장 유통망 강화해야= 해외 건설장비 시장의 전망도 밝다.

올해 국가별 사업 목표 역시 한 곳도 빠지지 않고 ‘플러스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건설기계의 주력 무대는 신흥국이다. 현재 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등 9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과 인도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중국 굴삭기 시장 규모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베이징 남쪽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지난해 13만대에서 올해 15만2000대 수준으로 17% 가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회사의 작년 중국 판매량이 4000여대였는데, 올해는 6500대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에 매달 달려갈 작정이다. 물론 주말을 이용해서다.

인도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인도 시장도 견조한 경제성장과 인프라·제조업 투자에 따라 시장수요가 지난해 1만9000여대에서 2만2000여대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인도 시장에서 작년보다 23% 늘어난 3800여대의 건설장비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을 18%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포기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로컬 기업들이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환경에서 후발 주자가 입지를 넓히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는 신념으로 선진국 시장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낼 작정이다.

그는 “제품 기술력과 품질 쪽에서 승부를 거는 동시에 현지 유통망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장비산업의 기회, 스마트 중장비로 승부수= 4차 산업혁명은 건설장비 산업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공 사장은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위기의식을 느끼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서도 그의 적극성이 나타난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시킨 스마트 중장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장비산업이라고 해서 엄청난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전기 굴삭기 등이 새로운 시대에 회사를 대표할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기계는 자율주행 굴삭기의 직전 단계인 머신 사이던스(Machine Guidance)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굴삭기 머신 가이던스 시스템은 굴삭기 외부 환경 계측과 수치 해석을 통해 굴삭기의 작업 환경을 측정해 작업자를 인도해주는 기술이다. 공 사장은 이 기술을 통해 무인 굴삭기 상용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또한 현대건설기계는 2010년 세계 최초로 전기굴삭기(R300LC-E) 양산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총 50여대의 전기굴삭기를 판매했다.

공 사장은 “올해 38톤급 전기굴삭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전기 굴삭기 모델을 전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속 안정 성장, 회사 체질 바꾼다= 회사가 장기적으로 안정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구조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분사 후 거둔 성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강인한 펀더멘탈’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공 사장은 이를 위해 당장 필요한 조치로 전략적 제휴를 꼽는다.

실제 현대건설기계는 영국의 글로벌 종합운송장비기업인 CNH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니굴삭기를 판매해 매출을 높이고 있다.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10년간 6톤 이하 소형굴삭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대건설기계는 전 세계시장에 소형 굴삭기를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CNHi는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경기가 나빠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안착시키는 쪽으로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해외 전문업체와의 제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체 파이를 늘릴 겁니다.”

물론 올해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는 공 사장에게도 불안 요소는 있다.

국내의 경우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새로운 정책이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400개가 넘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으로 이 변수를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특히 영세한 협력사들과 함께 정책 변화에 적응할 방안을 고민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밖으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신흥시장에서는 속도전을, 선진시장에서는 촘촘한 공략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특히 중국의 맹추격 속에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며 기술개발과 품질확보에 매진하지 않고서는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이디어는 많다. 다만 모두 공개하긴 어렵다”는 마무리 멘트와 함께 싱긋 웃는 표정에서 다시한번 현대건설기계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kimhg@heraldcorp.com

[정리= 이승환 기자/nice@heraldcorp.com]

◈몸소 익힌 공기영 사장의 경영 철학, 현장과 포상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경기도 성남 분당에 있는 현대건설기계 본사 사장실.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공간이 바라보이는 유리벽 안쪽에 A4용지 한 장이 눈에 띈다. 사원부터 임원까지 한해 계획된 해외 출장 일정이 빼곡하다. 출장 기간과 지역 , 목적이 가지각색이다. 공기영 사장은 수시로 A4용지를 들여다보며 전 직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을 머릿속에 꿴다.

사장이 직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모습에 자칫 ‘회사 참 빡빡하네’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공 사장의 설명은 뒤통수를 친다. 사장실에 붙어있는 A4용지는 ‘관리’가 아닌 바로 ‘현장’을 가리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해외출장 일정표는 일정을 하나하나 관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현장에 나가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무실 책상에만 있지 말고 현장에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죠.”

‘현장 중시’ 철학은 본인 스스로도 회사 생활 30여년간 지켜온 철칙이다. 198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건설기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공 사장은 회사 생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1992년 미국 시카고 법인 파견을 시작으로 해외 영업에 오랜기간 몸을 담았다. 2011년 해외영업 담당 임원으로 승진한 후에는 인도 법인장을 지냈다. 사장이 된 지금도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의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시설 등을 살폈다.

회사 대표가 된 후에는 또 다른 ‘현장’이 생겼다. 바로 ‘직원들’이다. 직원들과 함께하는 곳이 또 다른 현장인 셈이다.

공 사장은 “사장이 된 이후 중요한 현장 중 하나가 직원들이 있는 곳”이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식사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직원들의 고충이나 회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못지 않은 그의 경영철학의 포인트는 바로 포상부문이다.

‘성과가 있는 곳에 포상이 있다’가 기본 포인트다. 여기서 방점은 ‘즉시’에 찍힌다. 숨겨진 강조점도 있다. ‘기대를 넘어선 포상’이다. 성과를 낸 즉시 대가를 지불하되 그 수준은 직원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중고장비 경매시장을 기획한 TF팀이 5000만원의 포상을 받았다. 중고 건설기계 경매시장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호응도 좋았다. 경매 시장에 내놓은 소형, 중형, 대형 굴착기 150대가 모두 팔렸다.

정기적인 성과급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연말 과장급 이상은 기본급 기준 550%의 성과급을 받았다. 과장 직급 기준으로 190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같은 파격적인 포상은 결국 회사의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공 사장의 지론이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상을 주고, 그 내용도 받는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선 수준이어야 효과가 배가 됩니다. 직원들에 대한 포상을 아깝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와 자발성을 높이는 원동력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장과 포상. 그의 경영철학을 짧게 요약하자면 바로 이 두 단어가 될 것이다.

nice@heraldcorp.com

◈공기영 사장이 걸어온 길

▷1962년 출생 ▷마산고등학교 졸업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7년 현대중공업 입사 ▷1992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시카고법인 주재원 ▷2011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해외영업담당(상무보) ▷2013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인도법인장(상무) ▷2015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산업차량 부문장(전무) ▷2016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 사업대표(부사장) ▷2017년 4월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부사장 ▷2017년 11월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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