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명절다반사 ①] AI시대는 무슨?…아빠는 여전히 ‘운전병’
뉴스종합| 2018-02-15 10:01
-장거리 운전생각에 허리는 ‘찌릿’
-남자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늘어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한모(38)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그가 명절동안 운전해야 할 거리를 계산해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현재 거주중인 일산에서 본가 충주를 거쳐 처가인 강원도까지 찍고 돌아오면 운전해야 할 거리만 1000㎞가 넘기 때문이다. 한씨는 “최근 운동을 하다 허리부위가 좋지 않은데 연휴기간 장시간 운전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다. 운전병도 아닌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좁은 차 안에서 장시간 운전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경추ㆍ척추 질환이다. 허리가 구부러진 상태로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척추에 부담이 생기고 거북목 형태로 장시간 운전을 하면 경추에 무리가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한씨의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혼자 장시간 운전으로 몸은 이미 녹초가 된 상태인데도 ‘고생한다’는 말보다 핀잔만 늘어 놓는 아내의 잔소리가 남아있다.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평소 대화가 부족하다고 느껴 오고가는 길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은 30여분만에 깨진다. 결국 돌아오는건 긴 침묵뿐. 운전병(?) 한씨는 괴롭다.


차례를 지낸 후 최악의 교통체증을 뚫고 겨우 처갓집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한씨는 ‘눈칫밥’을 먹는다. 처가집 근처에 사는 처제네 가족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손아래 동서의 직장과 월급 그리고 집 평수 비교는 기본이며 이번 명절엔 용돈으로 저울질 한다. 직장인의 월급 사정은 뻔한 법. 한씨는 잠시 바람을 쐬기위해 자리를 피한다.

설날과 함께 찾아 온 남자들의 ‘명절 증후군’.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차례상 준비로 등골 휘는 아내들이 겪는 고통이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최근엔 남편들도 가족에서 소외돼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아이 양육이 외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계사회 경향이 강해진 점도 명절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버지 세대땐 안그랬는데 이젠 명절만 되면 힘들고 괴롭다’는 불량(?) 남편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의미의 가정이 붕괴되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명절 등 중요한 가족 행사에서 남편들이 겉도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가족들이 사소한 부분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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