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신약 후보물질 임상 중단…한미 “실패 있어도 포기는 없다”
뉴스종합| 2018-02-21 11:11
다국적 ‘일라이릴리’ 기술수출
면역질환 신약 2상과정서 멈춰

“흔한 일인데 시장 민감 반응…
일희일비 안해…R&D는 진행형”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한미약품이 또 한 번 난관에 부딪쳤다. 한미가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이 중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험난한 신약개발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미는 이번 임상 실패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하나의 경험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처럼 한미는 이번 시련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제약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7억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신약, 임상 2상에서 중단=한미는 지난 14일 설 연휴를 앞두고 공시를 통해 파트너사인 릴리로부터 BTK억제제인 ‘HM71224’의 임상 2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BTK억제제란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B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말한다. 한미가 기술수출한 HM71224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다.

한미는 지난 2015년 3월 일라이릴리와 계약금 5000만 달러, 단계별 임상개발ㆍ허가 및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6억4000만 달러를 받기로 한 계약을 체결하고임상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한미는 총 7억달러(약 75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릴리의 임상 중단 결정으로 한미는 대어를 놓친 셈이다.

한미에 따르면 릴리가 임상 2상에 대한 중간분석을 한 결과 목표로 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임상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는 “릴리는 대신 이 약물을 다른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한미와 협의 중”이라며 “이로 인한 계약서상 변경이나 한미의 계약금 반환 등 비용상 의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미의 기술수출 신약이 임상 중단됐다는 소식에 한미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14일까지 53만원대를 유지하던 한미 주가는 19일 시작과 함께 49만원대로 주저 앉았고 결국 5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장을 마감했다. 한미 주가가 50만원 이하로 떨어진건 지난 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2016년 폐암 신약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 이어 또 다시…=한미가 임상 중단으로 인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계약상 변경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지난 2016년 사건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한미는 지난 2015년 7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 신약인 ‘HM61713(성분명 올무티닙, 상품명 올리타)’를 총 7억3000만달러 규모에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런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소식에 한미 주가는 급등했고 한미가 국내 제약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6년 9월 베링거가 올무티닙에 대한 권리를 한미에 반환한다고 밝히면서 한미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특히 한미는 이 계약 해지 소식을 늦게 공시하고 계약 해지 정보가 내부 직원을 통해 사전 유출되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전례에 따라 이번 임상 중단 소식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을 진행하다 중단되는 경우는 신약개발 과정 중 흔한 일”이라며 “다만 대상이 한미이기 때문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신약개발은 진행형”=한편 한미는 이번 임상 중단 소식을 알리며 “임상 중단은 신약개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과정으로 한미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즉 이번 임상 중단이 한미의 신약개발을 위한 R&D 과정에 브레이크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한미는 이번 임상 중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파트너사인 사노피는 당뇨ㆍ바이오 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얀센의 비만ㆍ당뇨 바이오신약 ‘HM12525A’는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또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은 미국 2상에 진입했으며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LAPS Triple Agonist’는 올 해 상반기 미국 1상 진입 이후 라이선스 아웃도 기대된다고 한미약품은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글로벌 3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가 올 해 하반기 미국 FDA 시판허가 승인 신청이 예정돼 있으며 올해 상반기 신규 임상 1상 과제로 진입할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FLT3 inhibitor’ 역시 기존 약물의 효과를 뛰어넘는 차세대 신약으로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계약 해지, 임상 중단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혁신신약에 가장 가까이 간 국내사는 누가 뭐래도 한미“라며 ”이런 쉽지 않은 과정들이 나중에 좋은 결실로 이어진다면 지금의 실패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