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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5년만에 타결] 대기업 “예견된 일” 선제대응…중기 “인건비 급증” 직격탄
뉴스종합| 2018-02-27 11:42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새 근태관리시스템 구축 시행
신세계는 주 35시간 체제 도입

반도체·철강 등 주요 수출산업
탄력근로제 도입이 합리적 지적

영세중기 경우 충원·인건비 부담
특례업종 지정 등 보완책 주장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기업 현장에서 기업 규모별, 산업 특성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대기업은 다만 반도체 등 산업 특성상 일괄적인 근로시간을 적용하기 힘든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완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유예기간을 통해 시간적 여유는 벌었지만, 인건비 상승 등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박용만(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작년 12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7일 ‘국회 환노위,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란 공식 자료를 발표하고 보완입법을 통해 기업 규모와 산업별로 우려되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5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재계에선 예상된 수준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근로시간 단축 노력에 최대한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주요 기업별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시행에 대비해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태 관리 시스템’을 구축·가동했다. 작년 7월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근로시간 단축 방침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와 LG전자도 시범적으로 주당 52시간만 일하도록 근무시스템을 개편했다.

신세계그룹은 매장 운영시간을 줄이고, 집중근로 시간을 지정하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 시행에 앞서 기업들 자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개정안 시행으로 우려되는 문제 등을 사전에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방안이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재계는 현재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 철강 등 주요 수출산업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하는 경우가 많고, 연중 내내 R&D 및 수주 활동을 벌여야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일부 산업의 경우 생산라인을 풀 가동해도 모자랄 판에 일률적인 잣대로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현장.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인력 충원 부담은 물론 공유일 유급휴무제 도입 등으로 당장 인건비 걱정이 앞선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부족인력은 16만명이다. 전체 기업 부족분의 55%에 달한다. 도금, 도장, 열처리 등 뿌리산업과 지방사업장 등에서는 구인공고를 내도 직원 채용이 어렵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인상’ 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전체 물가가 오르면서 상쇄되는 부분이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납기를 못 맞추는 상황이 벌어진다”며“일이 많을 때는 노사 합의 하에 야근, 특근을 해서라도 납기를 맞추고, 일이 없을 때는 조기에 퇴근할 수 있게 하는 탄력근로제라도 허용돼야 하는데 이것 역시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제계에선 이번 근로시간 단축안이 특히 영세기업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만큼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이날 “현행 유급 주휴일도 전세계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규정하는 것은 영세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특례업종 지정의 필요성을 감안한 보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승환ㆍ김진원 기자/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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