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10% “내주 행정명령”
EU·캐나다·중국, 보복 경고
미국發 무역전쟁 발발 우려고조
美다우 하락…코스피도 급락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 폭탄’을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유럽연합(EU), 캐나다, 중국 등은 강력 반발하며 상응하는 보복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발 무역전쟁 발발 우려가 고조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관련기사 3면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자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백악관 간담회에서 “다음주 이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철강업계를 보호하는 고율의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를 규제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국제 사회는 즉각 비난을 쏟아냈다. 사실상 모든 대미 수출국에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여지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의 많은 일자리가 불공정한 조치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과 상응하는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캐나다 무역장관도 이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제재를 용납할 수 없다”며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시점에서 미국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초 중국을 표적으로 한 이 조치가 중국보다 한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CNBC는 미국 정치권이 그동안 중국의 철강 덤핑을 비판해왔지만 정작 중국은 미국의 10대 철강 수입국에도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철강 수입국은 캐나다가 16%로 가장 많고 이어 브라질(13%), 한국(10%), 멕시코·러시아(각각 9%), 터키(7%), 일본(5%), 대만(4%), 독일(3%), 인도(2%) 등이다.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정부 및 백악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조치에 찬성한 고위 관계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에 불과하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은 강하게 반대했다.
콘 위원장과 일부 인사는 이번 조치가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제안한 상무부 보고서가 자동차 등 관련 산업에 초래할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한 ‘끔찍한 보고서’라고 맹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철강을 공급 받아야 하는 미국 제조업체들도 불평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연구원인 마크 페리 미시간대학 플린트 캠퍼스 교수는 “관세 폭탄에 얻어맞는 것은 반드시 중국 철강업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역전쟁 우려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420.22포인트(1.68%) 하락한 24608.98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주식시장에서도 2일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이 무너지는 등 급락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p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