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봤어요. 도시는 어떤 조직보다 파워풀한 존재예요. 돈이 만들어지기에 권력이 모이지요”
터키출신으로 네델란드에서 활동하는 작가 파레틴 오렌리(49)가 이태원의 전시공간 P21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접붙이 하는 나무를 보고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도시를 떠올렸다. 메갈로폴리스를 넘어 메트로폴리스가 되버린 거대도시들은 그 끝을 모르고 계속 성장한다. 산이나 바다 등 자연접경에 의해 가로 확장이 어려워지면, 도시 중심을 주축으로 수직상승이 시작된다.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도시는 이제 ‘인간’보다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우리의 미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선 도시를 우리와 같은 생명체로 인식하고 도시의 물리적 구조보다 그 정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로 자본이죠”
파레틴 오렌리, Underground Megacity, [제공=P21] |
오렌리는 삶, 자연과 도시환경이 어떻게 융합하여 새로운 현실을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식물의 ‘접목’과 인간의 ‘성형수술’에 주목한다. “기존의 나무가 좋은 과일을 생산해내기 어려우면 새로운 가지를 그 나무에 덧대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여온 것이 유럽의 도시들이라고 생각해요.”
전시장 벽면 하나를 통째로 점령한 신작 ‘지하 거대도시’는 도시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섬세하게 시각화한 드로잉이다.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는 곳에는 도쿄, 암스테르담 등지에서 관찰한 도시풍경들이 달렸다. 이 작품 오른쪽에는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 아래 방사형의 도시가 뻗어 있는 드로잉이 걸려 있다. 두 작품과 마주한 조명 작품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접붙이기’로 도시의 역동성을 살리는 새로운 가지 중 하나가 이민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유럽에서 격화하는 반(反) 이민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바라봤다. “북유럽만 해도 경제위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는데 언론에서 공포를 조장하다 보니 사람들 심리가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요. ‘이민자들이 우리 돈을 훔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하죠. 유럽에서 이민 문제가 크게 부각하고 있는데 사실 이민자 수는 터키 등에 비하면 아주 적어요.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죠.”
전시는 3월 31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