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키워드로 근현대 한국미술 조명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지금껏 베일에 가려져있던 일제시대 한국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선희)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16일부터 7월 29일까지 부산에 근현대 미술이 자리잡은 일제시기와 부산의 현대적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구축된 피란수도 시기를 조명한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키워드로 근현대 한국미술을 돌아보는 것이다.
가타야마 탄, 구<丘>, 1935, 169×186㎝, 천에 채색, 개인소장 [사진제공=부산시립미술관] |
1920년대부터 해방전까지 약 30년간의 미술활동은 일제 강점기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그 연구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 하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듯, 미술계에도 그 영향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일제 강점기 활동이라 한국 미술사에선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또한 다루지 않았다. 최근 근대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연구가 확장되면서 미술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는 일제강점기시대 한국미술에 대한 새로운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안도 요시시게, 하얀 저고리를 입은 소녀 60.6×45.5㎝, 캔버스에 유채, 1920년대 후반 [사진제공=부산시립미술관] |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선 ‘모던, 혼성:1928-1938’이라는 주제로 일제시기 부산미술의 현실을, 2부에선 ‘피란수도 부산_절망 속에서 핀 꽃’이라는 주제아래 한국전쟁기 문화적 르네상스를 이루었던 부산미술계를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모던·혼성:1928~1938’은 식민지 조선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면서 미술활동을 했던 일본인 미술가들의 작품이 출품된다. 야마모토 바이카이(1852~1928), 가타야마 탄(생몰연대 미상), 가토 쇼린진(1898~1983) 등 당시 조선미술전람회에 작품을 내거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조선 명승지 풍경, 인물화 등이 전시된다. 특히 부산에 10년 동안 머물며 부산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안도 요시시게의 작품 40여점도 나온다. 한국근현대 작가들과 직접적 관계를 단박에 알아볼 순 없지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쓰다 레이코, 주막, 1930년대 [사진제공=부산시립미술관] |
‘피란수도 부산_절망 속에 핀 꽃’은 한국전쟁당시 피란지였던 부산에서 일어난 미술문화현상을 탐색한다. 전국 지식인들이 집결했던 다방을 비롯한 피난시기 부산문화예술의 독특한 시공간을 조망할 예정이다.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 천경자, 백영수를 비롯 부산 서양미술 주요작가였던 김종식, 송혜수, 양달석 등의 작품이 나온다.
김선희 관장은 “당시 부산은 신문화가 활발하게 들어와 서울 못지 않게 꽃을 피웠다”며 “부산미술의 역사와 맥락의 출발점을 재조명해 미술관의 20여년간 활동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만들고, 지역미술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인식하는 스펙트럼을 제시하겠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부산 근대미술 1세대 김종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회고전도 열린다. 1939년부터 1988년까지 50여년 화업을 보여주는 작품과 아카이브 200여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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