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받아는 보자...인내파
어차피 됐어도 문제...납득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매수 문의 전혀 없어요. 하필 양도세 중과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이런 악재가 터졌으니… 집주인 입장에선 별 선택지가 없어서 당장 매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네요.”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B공인중개사)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안이 전격 시행된 지난 5일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주변 공인중개업소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안전진단 통과를 위한 속도전을 벌였지만, 결국 새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B 공인중개사는 “정책을 예측가능하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벼락치기 식이다. 재건축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집주인 입장에선 플랜B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어떤 대안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기왕에 추진한 안전진단을 계속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4차현대아파트는 안전진단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해 새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워 안전진단을 통과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이상 안전진단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법정투쟁으로 방향을 잡는 곳도 있다. 양천구, 노원구, 강동구 등의 주민단체는 한 법무법인과 손을 잡고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는 “안전진단 강화 정책은 사유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재건축 사업의 극히 초기 절차인 안전진단 통과 여부에 주민들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T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재건축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단지 규모가 크고, 집주인 중 실거주자 비율도 높은 편이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당장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논리로 기존 안전진단 기준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 단지들이 풍선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다음 절차들이 만만치 않은데다, 수억원대의 초과이익환수금까지 물어야 하는 등 전방위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로 집값이 뛴다면 환수금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T 공인중개사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한다면 정말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후의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게끔 정책적인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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